아파트 등 수용가에서 전기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지만 정부는 전기안전검사제도 개선에는 별 관심이 없다. 지난 6월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한국전력과 전기안전공사 두 기관이 수행 중인 `사용 전 점검` 기능의 검사(점검) 주체를 전기안전공사로 일원화하는 추진계획을 밝혔다. 산업계는 안전사고 사각지대에 노출된 검사영역이나 전문 검사내용 질 개선보다는 주체를 일원화해 외형 간소화에만 집중한다고 비판했다. 일원화 이전에 검사제도부터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전기공사업체 사장은 “정기적인 전기안전검사를 실시해도 각종 전기사고가 줄지 않는데 정부는 내용 개선보다 조직 일원화 등 외형에만 집중, 결국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려 한다”며 “실제 검사제도의 운용 실태부터 파악해 사고위험에 노출된 사각지대를 당장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업계는 불필요한 자원 낭비와 낮은 실효성을 문제로 들었다. 정부는 저압(75㎾ 이하) 일반 주택 등의 신규건축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사용 전 점검`과 국가 전력망인 전기사업용 검사까지 하나의 검사기관에 맡길 예정이다. 사용 전 점검은 한전과 전기안전공사를 시설사업자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두 기관이 맡아왔다. 송·변·배전 설비의 정기검사는 한전이 자체 실시해왔다. 이 모두를 전기안전공사로 일원화한다는 계획이다.
전력업계는 전기안전검사 제도를 개편하는 것보다 현행검사 항목을 구체화하고 한전, 전기안전공사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각 시설의 검사항목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사권한이 누구에게 가는지에만 신경 쓰는 것은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쳐질 뿐 전기안전 개선과 연관이 없다는 설명이다.
사용 전 점검의 전기안전공사 일원화는 전기안전사고 예방보다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수요자 불편을 빚을 수 있다. 한전이 검사를 하게 되면 전기설비의 설치 마무리와 함께 바로 점검 및 전력공급이 가능하다. 전기안전공사는 따로 일정을 잡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만큼 작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사용 전 전기검사는 절반이 넘는 전기공사업체들이 한전의 검사를 받는다.
송·변·배전 설비 검사 주체를 놓고 벌이는 갈등은 더욱 심하다. 이 설비들은 한전이 자체 정기검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전기안전공사는 한전의 정기검사는 사업자가 실시하는 것으로 행정제도권상 검사가 아닌 만큼, 이를 전문기관을 거쳐 제도화하고 추가 검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전과 전기공사업계는 사업자의 자체검사 이외에 전문기관의 추가검사를 도입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에 따른 전기안전 개선 여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기안전공사의 인력과 검사설비 보유 현황으로 지금보다 더 전문화된 검사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기안전공사가 주체인 송·변·배전 시설의 사용 전 검사는 전문 장비와 운영 노하우를 보유한 한전의 시험결과를 토대로 최종적으로 전기안전공사가 서류검토 및 육안검사를 실시하는 수준에 머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용 전 검사와 정기검사를 전기안전공사가 전담하게 되면 매년 1000여명의 인력과 5000억원 정도의 추가비용 투입이 필요하다”며 “이 기반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선 공사업체들이 검사 때마다 현장으로 검사관을 따라다니며 업무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