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 업계가 `여성` 과학기술인 배출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IT 부문 종사자는 남성 비율이 월등히 높은데다 관련 기업 여성임원 비율도 현격히 떨어진다. 이른바 `유리천장`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취지다.
20일 CNN닷컴은 지난 7~8월 미국 전역에서 진행된 IT 관련 여학생 여름캠프를 집중 분석했다. 이들 캠프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거나 HTML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의 흥미를 끌어냈다.
걸즈후코드(Girls Who Code)는 지난 7월 첫째 주부터 뉴욕에서 8주간 열리는 캠프로 20개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평일 8시간씩 웹 디자인, 로봇 공학 등을 배웠다. 게스트로 참여한 강사진의 면모도 화려했다. 이베이 중역, 벤처캐피털리스트 등이 강사로 나와 IT 업계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구글, 페이스북 등의 본사를 방문하는 일정이 마지막이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모바일 앱을 만들어 직접 스토어에 올리는 일이다.
걸즈후코드에 참가한 말리카 조지는 “모든 과정을 이수하면서 비로소 내가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걸즈후코드 창업자 레스마 사우자니는 “여학생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앞으로 이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캠프가 끝나고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라델피아 기반의 테크걸즈(TechGirlz)도 인기다. 스타트업 창업에 관심 있는 `미래` 여성 CEO를 위한 캠프다. 카프만재단에 따르면 현재 생성되는 스타트업의 오직 3%만이 여성이다. 테크걸즈는 16~19살 여학생의 지원서를 받아 20명으로 추린 뒤 기업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들은 자신의 사업계획을 만들고 이를 검증받을 수 있다. 실제로 올해 한 팀이 모바일 앱을 만들어 테크걸즈에서 사업성을 검증받아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트레이시 웰슨로스만 테크걸즈 창업자는 “여성들은 기술이나 컴퓨터 관련 직업에 대해 따분한 사람(nerd)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인식이 오해와 편견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협동과 창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IT 공룡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매년 디지걸즈 하이테크(DigiGirlz HighTech)라는 캠프를 연다. 여학생들을 위한 캠프로 성격은 걸즈후코드와 비슷하다. 2000년에 처음 생길 당시에는 2명의 MS 종사자들이 `공짜` 강의를 통해 참가자에게 통찰력을 안겼지만 현재 전국 각지에서 1만9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지원할 정도로 큰 규모의 캠프가 됐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직군에 종사하는 여성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도 12.7% 만이 학위가 있다. 고위 임원으로 가면 이런 현상은 더 심각하다. 시장조사업체 할배이 내시에 따르면 미 IT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2010년 12%에서 지난해 11%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 2%포인트 더 떨어진 9%로 줄었다. 미 IT 업계는 심각한 남성 편중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학생 캠프 등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고 CNN닷컴은 분석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