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부는 'HW 창업' 바람

실리콘밸리에서 하드웨어 창업이 늘고 있다.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창업 열기가 한풀 꺾인 것이다. `패스트 팔로어(추격자)` 전략이 먹히지 않는 영역을 개척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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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데우는 데 사용하는 소형가전제품 `노미쿠`

웹과 모바일 대신 가전제품 분야에 진출하는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 신 풍속도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지역에는 스마트 손목시계에서 디지털 온도조절장치에 이르는 다양한 소형 가전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수십개씩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시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유치-아시아에서 생산-온라인에서 판매`라는 공식을 따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아베 페터만과 리사 추(24) 부부는 지난 6월 아파트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판매하는 제품은 359달러짜리 중탕 기구로 이름은 `노미쿠(Nomiku)`다. 어떤 냄비에서도 적절한 온도에서 고기나 채소를 중탕할 수 있게 돕는 가전이다.

두 사람은 중국에서 창업 교육을 받았고 투자 유치는 킥스타터나 앤젤리스트 등 미국 스타트업 투자자들로부터 받았다. 현재 58만달러 투자를 받았고 향후 수개월 안에 추가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모바일 신용카드 리더를 생산하는 스퀘어는 이달 초 32억5000만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카메라 생산업체 리트로는 지난해 3500만달러를 끌어들이는 등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유입되는 투자규모는 꾸준히 증가추세다.

벤처소스에 따르면 미국 소형가전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규모는 2009년 1억800만달러, 2010년 1억3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6200만달러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전제품 스타트업이 증가하는 이유는 웹이나 모바일 스타트업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징가나 그루폰, 트위터 인기가 한풀 꺾였고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나빠졌다.

더 중요한 이유는 `제조` 여건이 확 달라졌다는 데 있다. 3D 프린터 등의 도움으로 시제품을 만드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었다. 이 비용이 기존 2000만~2500만달러에서 현재 50만달러 정도로 줄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컨설팅 업체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적당한 제조업체를 물색해준다. 국제 특송의 발달로 생산지에서 온라인 판매에 이르는 기간이 크게 단축돼 재고나 창고 유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배터리 벤처의 벤처 캐피털리스트 브라이언 오말리는 “사람들이 그루폰이나 소셜미디어 업체들을 보면서 `진입 장벽`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하드웨어 기업처럼 진입장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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