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일 새벽 1시 30분. 뜨거운 밤공기가 가득한 신도림역 일대는 막차 시간에 ?기는 인파와 주변 건물에서 나오는 조명으로 인해 대낮을 방불케 했다. 이미 영업시간을 한참 넘긴 한 의류매장 조명은 이 일대를 환하게 비출 정도였다. 매장 안을 들여다보았지만 종업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후 매장 조명의 소등 시간 확인을 위해 매장관계자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추후 연락을 주겠다”는 대답만 들었을 뿐 명확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정부가 하절기 전력 최대피크기간동안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자정 이후 경관조명을 끄도록 규제를 강화했지만 서울시내 일부 쇼핑몰과 커피숍 등 매장은 아직도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정부의 `야간 조명 강제소등` 조치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은 영업시간 이후 소등해야 하며 유흥업소는 오전 2시 이후에, 아파트·오피스텔 등은 밤 12시 이후에 야간 조명을 반드시 꺼야 한다.
신도림역 대형쇼핑몰에 입점한 쇼핑몰 관계자는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매장은 조명 관리를 직접하고 있다”며 “아마 영업이후 정산 등의 잔업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만 짤막한 답변을 내놓았다.
새벽 불야성은 강남역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의류, 커피숍, 네일아트 등 수많은 매장이 영업이 끝난 이후에도 간판은 물론이고 매장 조명을 켠 채 아침을 맞았다. 누가보아도 매장관리를 위해 인테리어 차원에서 일부러 조명을 켜두고 퇴근하는 모습이었다.
영업 중인 매장 또한 조명, 냉방 전력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한 커피숍의 흡연실은 사람이 없는데도 창문이 활짝 열린 채 에어컨이 쉴 새 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강남역 소재 한 대형 의류매장 관계자는 “영업 종료 이후에도 업무를 보기 때문에 조명을 켜 둘 수 있지만 불필요한 조명까지 다 켜두는 경향이 있다”며 “밤이나 새벽에는 매장 특성상 항상 조명을 최대한 밝게 켜놓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강남역을 지난던 시민 최모(28)씨는 “명품·쇼핑몰거리 등의 매장은 영업 이후에도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쇼윈도를 화려하게 비추는 등 에너지 절약 동참에 미진한 것 같다”며 “매장 업주와 시민들이 에너지 절약에 동참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상업 매장의 경우 심야에 에너지절약에 더욱 동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예비율이 낮보다 안정적이어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간에 상관없이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