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및 바이오 전문업체 나노엔텍이 이달 초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혈액제제 진단기기 승인을 취득했다. FDA 승인을 얻는 데 무려 2년 반이 걸렸다. 그만큼 FDA 승인 취득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노엔텍이 개발한 혈액제제 진단기기 `아담-rWBC`는 수혈 전 혈액제제 내 백혈구를 분석하는 의료기기다. 혈액제제 제조 과정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잔존 백혈구 수치를 자동으로 측정한다. 휴대형 제품이어서 이동 진료가 용이하고 가격도 기존 대형 장비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장준근 나노엔텍 대표는 “이번에 진단기기 분야에서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오는 10월 미국 시장에 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혈액 샘플로 암표지자 검사를 비롯해 성호르몬, 갑상선, 전립선, 골다공증 등을 검사할 수 있는 휴대형 진단장비 `프렌드`도 FDA 승인을 받아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이미 미국 보스턴에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해외 전문인력도 영입했다.
나노엔텍은 이번 미 FDA 승인을 기반으로 `현장 진단(POCT:Point of Care Testing)` 의료기기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u헬스케어나 스마트케어 시장이 활성화되면 혈액 채취, 운송, 검사 등 일련의 진료행위가 현장에서 바로 이뤄진다”며 “이렇게 되면 이동하기 힘든 대형 의료기기보다는 휴대형 의료기기 수요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형 의료기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이에 비해 POCT 시장은 세계적으로 매년 10~20%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나노엔텍은 미국과 유럽이 세계 POCT 시장의 4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나노엔텍은 중국 시장도 크게 공을 들이고 있다. 장 대표는 “중국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심혈관계 질환이 많아 심혈관계 진단장비 수요가 늘고 있다”며 “현재 심혈관계 진단장비의 중국 식품의약품안전청(SFDA) 승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SFDA 승인을 받는대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다. 나노엔텍은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대비해 화성 공장 증축을 완료, 가동을 앞두고 있다.
나노엔텍은 지난해 SK텔레콤으로부터 250억원을 투자받았다. 장 대표는 “SKT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기술력을 잘 접목한다면 u헬스케어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노엔텍은 그동안 진단기기보다는 세포계수기·자동세포분석기·유전자 전달기기 등 분석기기 에서 대부분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장 대표는 “1~2년 내 진단기기 매출이 분석기기 매출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며 진단기기 사업이 향후 회사 핵심 성장엔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노엔텍은 벤처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기업은 주주, 소비자, 협력 파트너, 지역사회 등 주요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장 대표는 “앞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다하는 `히든 챔피언`으로 뿌리를 내리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지난 2010년 태안에서 전립선암 무료검진 캠페인을 벌인 것도 CSR을 다하겠다는 나노엔텍의 경영 이념을 잘 드러낸 사례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