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이후로 세계적인 파동을 일으켰던 하드디스크 대란이 조금씩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www.danawa.com)에 따르면 500GB 하드디스크는 7~8만 원대, 1TB 하드디스크는 8~9만 원대, 2TB 하드디스크는 12~13만원, 3TB 하드디스크는 17~18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전자제품 특성을 감안해 보면 아직 가격이 내려갈 여지가 더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하드디스크가 없어서 PC를 팔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것만은 사실이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전자제품 비수기인 7~8월 전체적인 상황탓에 매출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2011년 말과 같은 상황은 오기 힘들 것으로 본다. 와서도 안 되고 오는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 하드디스크 가격 내릴 ‘제3의 카드’ = 게다가 하드디스크 가격이 앞으로도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시바일렉트로닉스코리아(www.toshiba.kr)가 지난 8일 데스크톱PC와 가전제품용 3.5인치 하드디스크 ‘DT01ACA’ 시리즈 8종을 한국 시장에 출시한다고 밝힌 것. 용량은 500GB부터 3TB까지이며 머지 않아 유통 채널을 통해 공급될 전망이다. 이미 시장에는 1TB 제품이 공급되어 있고 가격도 웨스턴디지털·씨게이트 제품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도시바는 1.8인치·2.5인치 등 노트북용 하드디스크·SSD에 주력하고 있는 회사다. 더구나 현재 시장은 최근 2~3년간 진행된 각종 인수·합병으로 3.5인치 하드디스크 시장은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이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3.5인치 하드디스크를 출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반독점법·태국 홍수가 큰 영향 = 사실 도시바의 3.5인치 하드디스크 시장 재진입은 반독점법 관련 이슈와 태국 홍수사태가 맞물려 일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2011년 3월 웨스턴디지털이 하드디스크 제조회사 ‘히타치GST’를 인수할 때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반독점법 위반 여부였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www.ftc.go.kr)는 이 인수 건에 대해 ‘신제품 출시율이 높은 경쟁자가 사라지며 가격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건을 들어 3.5인치 하드디스크 생산에 필요한 자산(생산설비 등)를 제3자에 매각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게다가 태국 홍수로 인해 웨스턴디지털 2.5인치 하드디스크 생산 공장이 침수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다.
결국 웨스턴디지털은 히타치GST에게서 넘겨받은 3.5인치 하드디스크 생산 자회사를 도시바에 매각하는 한편, 도시바가 태국에 가지고 있던 2.5인치 하드디스크 생산 시설을 넘겨받았다. 이 때문에 도시바가 한국 시장에 내놓은 하드디스크는 그 외관이 히타치 하드디스크와 상당히 흡사하다.
◇ 하드디스크 가격 내릴까? = 도시바가 데스크톱PC용 시장에 재진입하면서 웨스턴디지털·씨게이트 2강으로 굳어진 하드디스크 시장에 가격인하 요인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한 관계자는 “웨스턴디지털 합병 이후 각 제조사간 경쟁이 둔화된 것도 사실이다. 예전처럼 ‘2강 2중 1약’까지는 아니더라도 ‘2강 1약’ 정도가 된다면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물량이 적어서 ‘찻잔 안 태풍’ 격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는 관계자도 있었다.
한편 도시바가 이번에 인수한 3.5인치 하드디스크 생산 자회사는 사실 지난 2002년 2월 히타치가 IBM에게서 넘겨받은 것 중 일부다. IBM(~2002)-히타치(2002)-웨스턴디지털(2011)-도시바(2012) 등 회사 주인이 일본과 미국을 번갈아 오가며 바뀐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