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하반기 서울에만 2000억원치 롱텀에벌루션(LTE) 네트워크 장비를 증설한다.
기존 800㎒에 1.8㎓까지 두 주파수를 오가며 LTE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멀티캐리어(Multi Carrier·MC)` 상용망 구축을 위해서다. 두 주파수를 오가며 쓰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SK텔레콤의 협조를 얻어 유동인구가 가장 붐비는 강남역 일대에서 직접 측정해 봤다.
◇붐비는 지역에서도 20Mbps 이상 구현=지난 14일 SK텔레콤 기지국이 설치된 서울 강남구 서초초등학교 인근 빌딩 옥상. 기지국 바로 앞에서 측정한 1.8㎓ LTE 내려받기 속도는 60.19Mbps로 10.44~12.14Mbps에 머무른 일반 LTE 단말기보다 최대 다섯 배가 넘는 빠른 속도를 냈다. 기지국 바로 앞이라 유달리 빠른 속도가 나왔다.
자리를 옮겨 교보타워 사거리로 갔다. 9호선 신논현역이 위치해 있어 강남역만큼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MC를 통해 1.8㎓를 이용한 단말기는 22.96Mbps 속도를 냈다. 일반 LTE 단말기는 2.14~10.02Mbps에 머물렀다.
KT가 RRU를 설치한 강남역 사거리 통신전주 아래에서도 속도를 쟀다. 1.8㎓ MC 단말기 내려받기 속도(43.7Mbps)는 KT 일반 LTE(31.2Mbps) 단말기보다 10Mbps 이상 빨랐다.
서성균 SK텔레콤 수도권네트워크본부 매니저는 “타 이통사 RRU 앞이라도 여유있는 1.8㎓ 주파수에서 더 빠른 LTE가 구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C 단말기는 사용자가 선택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더 빠른 망을 선택해 준다.
◇LTE 속도 `지키기 전쟁` 망 투자 계속=MC 상용망 구축을 위해선 기존 기지국에 1.8㎓ 통신망을 운용할 수 있는 소형안테나기지국(RRU)를 추가 설치해야 한다. 대당 500만원에 이르는 고가 장비다. 강남구 일대에는 블럭마다 이통 3사 기지국이 설치돼 있다. 서 매니저는 “9월 중순까지 서울 10개구로 MC를 확대하는 데만 900억원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서울 전역(25개구)에 MC를 상용화하는 비용은 2000억원이 넘는다. LG유플러스·KT도 손을 놓고 있을 형편이 못 된다. 네트워크 속도는 사용자 수와 사용량에 반비례할 수밖에 없는데 LTE 서비스 속도에서 뒤쳐지는 건 가입자 확보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증가로 LTE 속도는 점점 떨어질 것”이라며 “간섭 문제로 무작정 기지국을 증설할 수도 없기 때문에 MC 활용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MC를 지원하는 단말기 출시가 늘어나면서 MC 이용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8월 중 갤럭시S3 업데이트로 MC를 지원하고 하반기 2~3종의 단말기가 추가로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역 일대 멀티캐리어·일반 LTE 내려받기 속도 비교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