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시설공단이 최근 공고한 호남선 고속철도 신호공사 입찰참가자격을 과도하게 제한해 특정업체에만 특혜를 주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철도시설공단 지난 8일 호남고속철도 오송~공주 간 103억원 규모의 신호설비 신설공사를 포함, 공주~익산(96억원)·익산~정읍(151억원)·정읍~광주송정(182억원) 총 4건의 신호공사를 발주하면서 입찰 참가자격을 최근 10년간 1대 이상의 전기선로전환기 설치 및 차상신호방식(ATC·ATO·CBTC·ATP)의 철도신호 공사실적을 보유한 업체로 제한했다. 여기에 적격심사기준이 설계금액 대비 100% 이상의 실적을 보유한 업체만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기공사협회 관계자는 “철도시설공단의 입찰자격을 만족하는 업체는 국내 1만3500여개 전기공사업체 중 20개에 불과하다”며 “특히 이 가운데 적격심사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업체는 5개 뿐”이라고 말했다.
4건의 호남고속철 신호공사는 `1사 1공구제`를 적용함에 따라 하나의 공구에 낙찰을 받으면 다른 공구를 수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만점이 예상되는 기업 5개 중 4개 업체는 이미 입찰을 확보한 셈이다.
특정 업체만 입찰에 유리하도록 입찰 자격이 점차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입찰을 따낸 업체는 공사실적이 늘어난다. 이와 동시에 철도시설공단이 실적 등의 참여자격을 강화해 결국 특정업체만 유리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한 전기공사업체 사장은 “올해 초 정부고속철도 대구-울산-부산 신호공사(200억원 규모) 입찰에 4개 업체가 참여해 2개 업체가 낙찰됐고 이번에도 당시 2개 업체가 참여, 1순위로 만점 받을 유일한 업체”라며 “철도시설공단 입찰은 순수 경쟁체제가 아니라 진입장벽을 높여 참여한 업체만 계속 (입찰을)따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법규에 어긋나지 않은 범위에서 공사 품질에 맞는 입찰 공고를 냈을 뿐, 특정업체만을 고려한 게 아니다”며 “지난 6일 기준으로 철도시설동단 전산시스템에 등록된 업체만 고려하면 참여 가능한 기업 수가 적을 수 있지만 실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은 더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호설비 신설공사는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열차를 안전하게 제어하는 열차제어시스템의 현장설비와 안전설비 등을 갖추는 설비로 이달 21일 입찰 공고를 마감할 예정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