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오너리스크 최고조…투자·수출 어쩌나

재계가 그룹 총수들의 사법처리 관련 `오너 리스크`에 휩싸였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탈법=실형` 등식이 이어지면서 자칫 대규모 투자나 수출 계약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들의 높은 도덕적 기준이 이제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Photo Image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는 김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서경환)는 16일 차명계좌와 차명소유회사 등을 통해 계열사와 소액주주, 채권자 등에게 수천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승연 한화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한화그룹이 추진해왔던 핵심사업의 업무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엄청난 투자를 요하는 태양광사업은 공백기 동안 방향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한화는 그동안 인수합병(M&A)으로 태양광사업의 외형성장에 주력해 왔다. 태양광산업이 최악의 불황을 겪는 상황에서 한화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데는 김승연 회장의 오너십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추진한 독일 태양광기업 큐셀 인수건 또한 김승연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일본 마루베니와 체결한 500㎿(6000억원) 규모 태양광 모듈 계약 등 마케팅에서도 김 회장은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특히 이번주 김 회장이 강력한 의지를 보인 큐셀 인수와 관련해 한화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가 있을 예정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이 태양광사업을 지휘하긴 하지만 그동안의 과감한 투자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김 회장의 추진력 때문”이라며 “태양광 시황이 좋지 않은 현 상황에서 오너의 결정이 없다면 상당부분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구속에 이어, 김승연 회장이 법정구속되자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이 나란히 재판을 받고 있는 SK, 박찬구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 심리를 앞둔 금호석유화학 등은 바짝 긴장했다.

한 재계 인사는 “기업 활동에서 오너의 결정과 지휘는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며 “가뜩이나 세계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투자 등 중요한 사안에 아무것도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긴장의 시간이 계속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개별 기업 사안임을 들어 입장 표명을 아끼는 가운데 다만 “최근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인을 법정구속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짧게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어떻게든 수출과 투자를 되살려야 할 기업들이 이런 상황이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준배·최호기자 joo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