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차기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비하기 위해 정보통신(ICT) 미래전략을 총괄하는 통합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은 “통합부처는 정보통신과 방송, 콘텐츠, 원천기술 등을 통합해 이른바 ICCT(Information, Communication and Contents Technology)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 조직이라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정부조직 개편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는 당시 인수위 정부조직 개편 기본원칙 `대부(大部)·대국(大局)·대과(大課))`에 따라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처 등을 통폐합하는 데 일조했다.
이로 인해 `ICT 강국 건설`의 주역인 정통부는 출범 14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는 국회의장으로 재임 중 2010년 4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과연 우리가 ICT 강국인지 의문이 곳곳에서 제기된다”면서 “최근 지식경제부와 문화부, 방송통신위가 경쟁하는 바람에 ICT 정책을 추진하는 힘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보통신부를 넘어서 미래전략을 다루는 통합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기자회견 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ICT 컨트롤타워를 방송통신위원장이나 지식경제부 장관이건 누군가에게 맡겨 ICT산업을 국가 미래 핵심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당시 이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12월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다음 대통령은 산업 간 칸막이를 없애고 ICCT 미래전략을 총괄하는 통합부처를 신설해야 추락한 ICT 경쟁력이 회복되고 국가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정치에 입문 후 10년 넘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정보통신부 출범을 주창했다. 국정감사 때 퀄컴의 CDMA 로열티 문제점을 제기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3000억원 이상의 부당 로열티를 돌려받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스스로 `ICT맨`이라고 자부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 폐지 이후 인수위 활동 때문에 ICT 업계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그는 19대 불출마 선언 후 지난 4월 16일 자료수집차 터키를 47일간 방문했다. 귀국 이후 터키흥망사를 다루는 `황제와 술탄`이라는 저서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이현덕 객원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