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음성통화보다 훨씬 나아진 음질로 통화할 수 있다는 VoLTE(보이스오버LTE) 마케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 8일 각각 ‘최초 VoLTE 가입자’를 두고 싸웠지만 정작 해당 정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www.kcc.go.kr)에는 인가·신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동통신사가 새로운 서비스와 요금을 도입하려면 방송통신위원회의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2·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신고’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절차 없이 VoLTE 서비스를 시작한 두 회사는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의 경고를 받고 나서야 ‘프로모션 약관’으로 서비스에 들어간 상태다.
◇ 아직은 ‘그들만의 리그’ = VoLTE 광고를 보면 하나같이 ‘옆에서 듣는 것처럼 음질이 좋다’는 것을 강조한다. 물론 이는 기존 3G 음성통화와 달리 고음질 음성 코덱을 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통화 연결시간 역시 0.25초~2.5초 미만이라는 것이 각 통신사 설명이다. 하지만 광고는 VoLTE 서비스에 필요한 여러 가지 사항을 말해주지 않는다.
먼저 VoLTE를 확실히 지원하는 단말기가 단 두 종류뿐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3 LTE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VoLTE를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LG전자 역시 LG유플러스용으로 VoLTE 기능을 추가한 옵티머스LTE2(F-160LV)를 새로 내놨다. 하지만 지금 당장 VoLTE 서비스를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은 옵티머스LTE2 뿐이다. 갤럭시S2 HD LTE, 옵티머스LTE, 갤럭시노트, 베가LTE, 레이더 등 1세대 LTE폰은 아예 ‘대상외’다.
문제는 또 있다. VoLTE를 쓴다고 해서 항상 깨끗한 음질의 전화를 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VoLTE를 이용하려면 전화를 거는 사람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도 VoLTE를 써야 한다. 다시 말해 ① VoLTE를 쓸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② LTE 가입자끼리 통화해야 한다. 게다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간 VoLTE 연동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VoLTE는 현재로서는 한정된 사람만 쓸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 음성통화의 영광, 다시 한번? = 이처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서비스인 VoLTE에 각 통신사가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수입원 1순위에서 무선데이터통신에 자리를 내준 음성통화에서 추가 수입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제공하는 VoLTE 서비스는 엄밀히 말해 기존 LTE요금제 무료통화 범위 안에서 VoLTE 통화를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에 불과하다.
하지만 프로모션이 끝나는 10월부터는 VoLTE를 ‘프리미엄 통화서비스’로 앞세워 지금과 다른 요금제가 적용될 가능성도 높다. 추가 수입에 대한 필요성은 이동통신 3사가 모두 느끼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LTE 출시 이후로 가입자당 월 매출액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LTE 설비 투자와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 때문에 실적은 오히려 악화된 상태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아이폰4S를 제외한 모든 스마트폰에 대해 단말기 할부금을 할인해 주는 일종의 보조금 ‘T할부지원’을 전격 폐지한 바 있다.
이런 시도가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케팅인사이트가 지난 4월 실시한 스마트폰 가입자를 대상으로 ‘기능별 이용도’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휴대전화 고유기능인 음성통화 비율은 전체의 37%에 불과했다. 음악·동영상 감상·게임은 24%, 문자/메신저 21%, 무선인터넷 등 기타 애플리케이션 18%로 오히려 음성통화 이외의 사용 빈도가 더 높았던 것. 마케팅인사이트는 “LTE 가입자이면서 연령이 낮을수록 음성통화보다 게임, 메신저, 동영상 등 부가콘텐츠를 쓰는 비율이 높았으며 앞으로 이같은 추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