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을 전후해 영국에서 크고 작은 모바일 사고가 터지는 것을 목격한 브라질 정부가 통신사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남미에서도 가장 낙후된 모바일 설비에 투자를 늘리라는 것인데 통신사들은 되레 투자자를 떠나게 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을 연이어 치러야 한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브라질 통신 규제기관 아나텔(Anatel)은 지난 주 브라질 2위 통신업체 팀(TIM)을 사기 혐의로 조사했다. 팀은 `인피니티`라는 무제한 통화상품을 내놓고 고의적으로 통화를 제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아나텔은 모바일 통화품질이 나쁘다는 이유로 브라질 27개주 가운데 19개주에서 팀 심(SIM)카드 판매를 금지시켰다. 판매 금지 조치는 공교롭게도 브라질 4대 통신사 가운데 팀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이 향후 2년간 모바일 분야에 200억레알(약 98억달러)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정황상 투자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성 규제라는 게 분명해지자 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그 불똥이 언제 자신들에게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4대 통신사가 모두 외국계 기업 소유라는 점도 이런 의혹을 부채질했다. 현지 통신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갑작스런 통제 강화는 서비스 질을 높이지 못할 뿐 아니라 투자 의욕을 꺾는 역효과만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나텔 측은 필요한 투자는 하지 않고 이익만 얻으려 하는 통신사들이 엄살을 피운다는 주장이다. 브라질은 모바일 통화품질이 형편없기로 유명하다. 상업 중심지인 상파울루에서도 휴대폰 통화가 어려운 지경이다. 양키그룹 조사에 따르면 최근 수년 간 통신사들의 매출 대비 재투자 비율은 브라질이 16.1%로 멕시코(28.9%)나 칠레(25.1%) 등 다른 남미 국가들에 훨씬 못 미쳤다.
아나텔의 통신규제 담당자 브루노 라모스는 “이번 규제는 수십년간의 조사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라며 “월드컵과 올림픽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상파울루 BES증권의 로저 외이 투자분석가는 “당국이 또 다시 변덕스럽고 불합리한 규제정책을 내놓는다면 통신사들은 투자를 줄이게 될 것”이라며 “이는 외국투자자를 떠나게 만들어 통신사는 물론이고 브라질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표] 2분기 브라질 모바일 통신사업자 시장점유율 현황
(자료: 파이낸셜타임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