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조시대 양(梁)나라 사람 주흥사(周興嗣)는 박학다식한 인물이었다. 그는 불과 하룻밤 사이에 천자문(千字文)을 지었다. 알고 있는 세상 물정과 상식을 총동원했다. 그 가운데 `천류불식(川流不息)`이라는 구절이 있다. `강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야 한다`는 상식에서 출발해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는 철학적인 의미를 담은 말이다.
요즘 물난리가 심하다. 집 주변 상가에 생수가 동났다. 수돗물에 불신이 커지면서 너도나도 생수 사재기에 나섰다. 한강 취수원에까지 번진 극심한 조류 증식 현상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환경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이 앞다퉈 팔당호를 둘러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인다. 경기도에서도 팔당수질개선본부가 나서서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발표했다. 팔당수질개선본부는 조류 발생 원인을 `무더위`와 `강수량 부족`에서 찾았다. “녹조는 고여 있는 부분에서만 발생한다”며 강물 유속(流速)과는 선을 그었다.
대책이라고 내놓은 방안들이 썩 마뜩하지 않다.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 전까지 황토나 활성탄을 쏟아붓는 등 수돗물 냄새 제거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그러면서 현재 기상조건으로는 태풍이 불어 조류를 한꺼번에 쓸어가기 전에는 녹조 현상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녹조 발생과 제거 과정은 모두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원인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대책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강물을 가둬 놓고 물이 썩는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은 몰상식이다. 물은 국민의 생명줄이다. 지금은 물 정화 대책에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한시라도 빨리 고인 물을 다시 흐르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김순기 경인취재 차장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