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말자급제 `100일 천하` 안되려면

휴대폰을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는 단말자급제도가 시행된 지 꼭 100일이 됐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와 단말 제조사의 미온적 태도 탓에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휴대폰을 새로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제도가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단말자급제도의 근본 취지는 거품 논쟁을 불러온 출고가를 현실화하고 소비자에게 단말을 더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기존 이통사를 통해 통신사 결합요금으로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입을 모은다. 저렴한 단말을 구입하려고 해도 마땅히 살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단말자급제는 일명 `블랙리스트 제도`로 불린다. 분실이나 도난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말이 아니면 기존에 사용하던 유심 칩을 꽂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국민의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새 제도 시행 100일 만에 소비자는 외면했고 반응 역시 썰렁하다. 이통사와 제조사의 영업 담합이 여전해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년간의 총비용을 계산한 결과, 자급제보다 이통사 약정제로 구입하는 것이 약 30만원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계가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에 진출하려 해도 단말 수급 문제가 발목을 잡아 어려움을 겪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고착화된 이통사 중심의 단말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말 유통 시장의 왜곡 현상을 바로잡는 게 단말자급제의 성공 요인이 될 수 있다. 자급제용 단말과 사용자 할인 요금제 출시를 독려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 권익이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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