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서 잠자는 전력 소비패턴

원격검침 인프라를 통해 수집하는 각 전력 소비자의 사용 패턴이 실제 전력수요 관리에 활용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전력공사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원격검침 인프라를 이용하면 각 수요자의 최대 전력 사용현황과 사용패턴을 시간대별로 알 수 있지만 이 같은 정보를 취합만 하고 두 기관 어디서도 이를 분석하거나 활용하지 않고 있다.

원격검침 인프라가 구축된 수요자는 저압 일반 55만호와 고압 17만호를 합쳐 약 72만호다. 전체 전력사용가구가 1800만호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많지 않지만 고압 17만호가 국내 산업시설의 98%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통해 수집하는 정보를 무시할 수 없다. 사실상 취합한 정보만 잘 분석해도 산업 분야별 전력사용 패턴을 알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보다 세밀한 수요예측과 수요관리제도 설계 등을 할 수 있다.

한전은 원격검침 인프라를 통해 각 수용가의 전력사용 정보를 서버에 저장하고 이를 각 부서가 필요한 부분만 열람하는 수준으로만 활용한다. 전력수급실도 주간예고제와 긴급자율절전과 같은 수요관리제도 이행 실태를 확인하는 정도로 정보를 활용한다. 정보 전체를 분석해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곳은 전무한 셈이다.

관계기관의 정보 비협조도 문제다. 전력 수요예측 기관인 전력거래소는 아예 이 정보를 열람조차 못한다. 한전은 전력소비패턴과 사용량이 고객 영업기밀과 관련이 있어 외부 공개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시간 분석이 없다 보니 그날의 전력사용 원인도 추정에 머문다. 저압 수용가와 고압 수용가 중 어느 곳이 전력을 많이 사용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지만 실제로 산업계 어느 업종과 지역에서 전력을 많이 사용했는지 등은 파악할 수 없다. 지난 6일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면서 9·15 순환정전 이후 처음으로 전력경보 `주의` 단계를 발효한 정부는 하계 휴가자들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산업계에서 전력사용량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추정일 뿐이다. 실제 전력급증 이유가 분석된 바 없다.

전력업계 고위관계자는 “각 수용가의 전력소비 패턴을 중장기적인 절전로드맵과 수요예측을 위한 자료로 쓸 수 있지만 한전과 전력거래소 양기관 간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며 “이미 구축된 시스템에서 취합되는 정보를 현명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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