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워싱턴 출신 정계 인사를 속속 영입하고 있다. 이들은 내부적으로 개인정보보호, 반독점, 특허침해 등 IT 업계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대외적으로는 기업 신뢰 향상에 도움을 주는 등 다방면에서 스타트업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타트업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정계 출신 인사 영입에 대해 보도했다.
얼마 전 상장한 로컬 검색 서비스 옐프는 로버트 깁스 전 백악관 대변인을 이사회 멤버로 영입했다. 온라인 결제업체 스퀘어도 래리 서머 전 재무 장관을 이사회 임원으로 위촉했다. 이 외에도 몇몇 이름을 알린 IT 스타트업들이 막중한 자리에 워싱턴 출신 정계 인사를 `모시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글로벌 헤드헌팅 업체 콘/페리의 데니스 캐리 회장은 “이들은 거대 IT 공룡들보다 로비 활동에 일찍 눈뜬 셈”이라며 “발표 시점만을 남기고 이미 영입을 완료한 업체들이 몇몇 더 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날씨 분석 스타트업 벨트웨이는 워싱턴 출신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이 회사 데이비드 프리드버그 CEO는 “날씨 분석을 원하는 고객사는 주로 기업형 농업을 하는 업체들”이라며 “이들이 추가로 관심 있는 것은 정부의 농업 지원 전략과 농산물 재해 보험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객사에게 신뢰를 얻으면서 동시에 투자 유치도 가능하기 때문에 농무부 출신의 전문가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결국 투자회사인 빈노드 코슬라의 추천으로 노스타코타 출신 상원의원인 바이런 도건을 영입했다. 도건 의원은 벨트웨이가 농무부에 `줄`을 댈 수 있도록 도와줬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페이스북 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런 활동을 벌여왔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워싱턴 정계 마당발이자 클린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어스킨 보울스를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한 해에 로비 자금으로 수십억달러를 붓는다.
그러나 워싱턴 출신의 인사가 실리콘밸리에서 적응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WSJ은 이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1년이 채 못 된다고 지적했다. 동부와 서부의 문화가 다른데다 개성이 강해 좀처럼 융합하기가 어렵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CEO는 “애써 영입한 이사진과 투자자들의 의견이 달라 중간에서 난처했던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