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말 인도 북부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정전 지역은 더 많은 북부와 동부지역으로 확산 중이다. 해마다 크고 작은 정전이 일어난다고는 하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정전사태는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이미 북부지역 송전망이 가동을 멈췄고 동부지역 전력망도 끊겼다고 한다. 인도 인구 절반에 이르는 6억명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두 전력망이 끊어졌다. 말로만 듣던 블랙아웃이 인도에서 발생했다. 정전 사태로 도로 신호가 먹통이 되고 철도도 멈춰서는 등 인도는 아수라장이 됐다. 극심한 가뭄에 수력발전량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전력 생산단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반면에 전기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일어난 사태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세계 최악의 대정전 사태 중 하나로 기록될 듯싶다.
인도와 우리나라의 전력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요즘처럼 폭염이 지속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상청은 한반도로 북상 중인 10호 태풍 `담레이`가 고기압에 막혀 중국 쪽으로 빠져나가 폭염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보했다. 이번 주 내내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열대야에 올림픽 열기가 합쳐져 한반도는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될 것 같다.
성수기인 6월에 판매가 반토막 났던 에어컨 업계는 폭염 때문에 신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예년 같으면 비수기에 들어설 7월 마지막 주 에어컨 판매 대수가 전주보다 어림잡아 3∼4배 늘어났다. 에어컨 판매 증가는 전력수요 증가로 이어질 게 뻔하다. 다행히 발전용량 100만㎾급 원전인 신월성 1호기가 지난달 31일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여름 휴가철 덕분에 전력예비율도 10%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영광 6호기가 갑자기 고장으로 멈춰 섰다. 고리 1호기와 계획예방정비 중인 울진 3·4호기의 발이 묶여 있는 가운데 닥친 악재다. 본격적인 여름휴가 기간인 12일까지는 예비전력에 여유가 있겠지만 산업계가 휴가에서 복귀하는 8월 셋째 주와 넷째 주는 비상이다. 예년에도 8월 20일 전후가 가장 어려운 시기였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가동 승인을 받은 고리 1호기 재가동이다. 58만7000㎾급 고리 1호기를 가동하면 그만큼은 수요조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수요조정 비용도 하루 30억원가량 줄일 수 있다.
전력공급 능력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여름·겨울철이면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풀가동한다. 풀가동하는 발전소 1·2기가 불시에 멈춰서면 블랙아웃으로 연결된다. 발전소의 풀가동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장 확률은 높아진다. 인도의 블랙아웃이 남일 같지 않은 이유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