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코 미니레터 ML-45 클럭 C8G(이하 C8G)는 가로·세로 길이 21.9cm에 불과한 작은 케이스 안에 풀HD 동영상 재생 기능을 담은 미니PC다.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디지털 시계를 겸한 전면디스플레이로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실제 성능이나 전력 소모는 어느 정도일까.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직접 확인해봤다.
◇ 핵심은 A4용지보다 작은 크기 =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을 줄인 아담한 크기다. 가로세로 길이는 219mm, 높이도 45mm에 불과하다. 좁은 공간에 PC 구성 요소를 모두 담아낸 것이다. 데스크톱PC와 성능은 비슷하지만 크기가 더 작은 노트북용 부품을 써서 부피를 줄였다는 게 제조사 설명이다. 보통 본체 안에 들어가는 전원공급장치 대신 어댑터를 써서 공간도 그만큼 줄였다. 내부 발열을 빼내기 쉽게 금속 재질을 쓰는 한편 측면에 팬, 윗면에 발열 처리를 위한 구멍을 뚫었다.
눈길을 끄는 건 본체 앞면에 보이는 시계다. 형광표시판(VFD) 방식을 써서 밝은 곳에서도 알아보기 쉽고 전력 소모가 적다. 전원을 연결한 순간부터 PC 작동 상태와 관계없이 현재 시간을 보여준다. 기능 설정은 디스플레이 오른쪽에 있는 컨트롤러를 이용한다. 디자인을 살리기 위해 전면 디스플레이와 컨트롤러 외에는 어떤 버튼이나 단자도 달지 않았다. 전원 버튼도 본체 뒤에 있다. 애플리모컨을 이용하면 적외선 수신부를 이용해 시계 기능을 조절할 수도 있다.
입출력 단자는 영상 출력을 위한 HDMI와 15핀 D-SUB 단자, 음성 출력용인 라인아웃과 광출력(옵티컬) 등이다. 여기에 USB 2.0 단자 4개를 더했다. 이더넷 단자도 있지만 무선랜으로 인터넷을 연결하겠다면 굳이 쓸 필요는 없다. 다만 주변기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USB 3.0이 빠진 건 아쉽다.
◇ 빠른 실행속도, 선풍기 1대보다 낮은 전력소비 = C8G가 탑재한 CPU는 인텔 셀러론 867로 듀얼코어 1.3GHz로 작동한다. 소비전력도 17W에 불과하다. 여기에 내장 그래픽 칩셋인 인텔 HD그래픽스를 쓰는 만큼 따로 그래픽카드를 끼울 필요가 없어 추가 소비전력 걱정이 없다. 성능도 풀HD 동영상을 재생하거나 간단한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내장 메모리는 DDR3 2GB인데 부피를 줄이기 위해 노트북용을 썼다. 메모리가 모자란다고 느껴진다면 용량은 8GB까지 늘릴 수 있다. 다만 CPU는 노트북용인 데다 일반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워 업그레이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보다 상위 모델을 원한다면 8월 나올 i3, i5 CPU에 메모리 4GB를 장착한 제품을 택하는 게 좋다.
성능은 보급형이지만 부팅속도나 프로그램 실행 속도는 제법 쾌적하다. 프로그램 대부분은 1~2초만에 실행한다. 윈도7을 설치한 다음 본체 전원 버튼을 눌러 윈도 바탕화면에 작업표시줄이 나타날 때가지 걸리는 시간을 재보니 30.71초. 이 중 바이오스 초기화에 걸린 시간이 15.03초다. 순수 윈도 부팅에는 15.68초밖에 안 걸린 셈이다. 반도체를 이용해 읽고 쓰는 속도가 빠른 SSD를 썼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65W까지 지원하는 전원 어댑터를 쓴다. 실제 소비 전력은 어느 정도일까. 대기 모드와 윈도7 부팅을 모두 마친 상태에서 레지던트이블 벤치마크를 실행하고 전력 소비량을 재봤다. 결과를 보면 대기모드에서는 2.06W, 기본 상태에서는 17.06W, 레지던트이블 벤치마크를 하면 34.06W를 쓴다. 선풍기 1대(40W)나 27인치 LCD 모니터(6W)보다 전기를 덜 쓰는 셈이다. 물론 하드웨어 구성에 따라 전력 소비량은 달라지지만 소비전력이 낮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낯선 점도 있다. 대기업 제품과 달리 운용체계는 빠졌다. 직접 운용체계를 설치해야 하지만 대신 흔히 쓰이는 윈도 외에 원한다면 리눅스를 쓸 수도 있다. 다만 광드라이브가 없는 탓에 운용체계를 설치하려면 USB 메모리나 USB 광드라이브를 이용해야 한다.
◇ 내부 온도까지 알려주는 다기능 시계 = 미니PC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온도와 소음이다. 데스크톱PC와 달리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열이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 날개 면적이 넓고 천천히 회전하는 냉각팬 대신 부피가 작은 냉각팬을 써야 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같은 냉각 효과를 얻으려면 자연히 날개가 빨리 회전해야 한다. 모터가 회전하면서 내는 소음도 커질 수밖에 없다.
C8G는 데스크톱용보다 크기가 작은 노트북용 부품을 주로 써서 내부에서 공기가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다. 항상 열이 나기 마련인 전원공급장치는 외부 어댑터 형태로 아예 바깥으로 뺐다. 가장 열이 많은 CPU와 칩셋에는 열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 히트싱크를 씌웠다. 외부 케이스도 모두 금속으로 만들어 시각적 만족감은 물론 발열 기능을 겸하도록 했다.
소음은 어느 정도일까. 36dB 실내에서 윈도7 부팅을 마친 기본 상태와 레지던트이블 벤치마크 실행 도중 소음 정도를 확인해봤다. 1m 떨어진 거리에서 측정해보니 기본 상태일 때에는 38.1dB, 레지던트이블 벤치마크 실행 도중에는 42.3dB를 기록했다. 가장 시끄러울 때에도 일상 대화를 나누는 수준에 그친다.
온도도 재봤다. 25도 실내온도에서 본체와 5m 떨어진 거리에서 적외선 온도계로 표면 온도를 쟀다. 결과는 가장 높을 때라고 해봐야 30.7도에 불과하다. 물론 하드웨어 구성이 달라지면 소음과 온도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미니PC로 쓰기 적당한 수준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본체 앞면에 설치한 디지털시계는 쓸모가 많다. 글자나 숫자를 보여주는 패턴은 4가지이고 PC 내부 온도까지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알람을 울리면서 자동으로 전원을 켜주거나 PC가 과열되면 경고음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PC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시계는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시계 기능 때문에 대기상태에서는 일반 데스크톱PC보다 1W 가량 전력을 더 쓰지만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 이버즈 총평 | 以故僞鑑 = 2002년부터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미니PC는 홈시어터PC 바람이 불면서 반짝 인기를 얻었지만 여러 문제로 외면을 받았다. 제품 내부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과열 때문에 먹통이 되기도 했고 노트북용 부품 성능이 데스크톱PC용보다 크게 떨어지는 데다 값도 비쌌기 때문이다.
옛 것을 거울로 삼는다는 이고위감(以故爲鑑)이라는 말이 있듯이 미니레터 ML-45 클럭 C8G는 과거 미니PC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금속 재질 케이스로 열이 쉽게 빠져나가도록 했고 SSD를 써서 소모 전력과 하드디스크 소음도 줄이면서 실행 속도까지 높였다. 여기에 최근 들어 부쩍 성능이 높아진 노트북용 부품도 한 몫 했다.
덕분에 윈도 부팅 속도도 빨라졌고 일반적인 작업은 물론 온라인게임까지 실행한다. 물론 확장성은 데스크톱PC를 따라갈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세련된 디자인과 쓰임새 많은 전면 시계로 이를 보완했다. 미니PC에 대해 아직도 ‘모양만 그럴싸할 뿐 데스크톱PC·노트북보다 못한 제품’이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두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