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신재생업체들, 한국서 떠난다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던 다국적 신재생에너지업체들이 철수하고 있다.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 침체와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시행 등에 따른 국내 수요 부족 등이 원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사를 설립한 선에디슨·수즐론 등 해외 신재생에너지업체들이 최근 국내사업을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사무실을 없애거나 소수의 행정·영업인력 유지로 이름만 남겨놓은 상태다.

선에디슨은 미국 태양광업체 MEMC의 자회사로 시스템사업을 담당한다. 한국지사 설립 후 국내 태양광 엔지니어링업체 오쏠라를 인수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했지만 최근 경영악화로 트래커 구매 담당자 등 소수 인력을 제외하고 직원들이 모두 회사를 떠났다. 남은 인력도 주로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업계 한 관계자는 “오쏠라 인수로 인원이 40명까지 늘어났지만 국내사업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었고 MEMC 본사도 지난해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 등이 원인”이라며 “그간 실적이 칠곡 소재 영남복합물류단지 3㎿ 규모 태양광발전단지 건설 외에 별다른 게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메이저업체로 손꼽히는 인도 풍력업체 수즐론도 국내사업에서 사실상 발을 뺐다. 소수인력만 남아 있거나 국내지사 소재 자체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사업 실적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올해 RPS가 시행되면서 사업규모 자체가 줄어든 데다 국내 업체들이 우수한 가격·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업계는 앞으로 해외 신재생에너지업체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GE·지멘스·베스타스·선파워 등 해외 유수 기업이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에 노력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업계 고위관계자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적용되던 때에는 ㎿ 규모 발전소 설립이 이어졌지만 RPS 전환 후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그나마 RPS 입찰에 참여할 때에도 제조국가에 따른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외국기업 참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부품만 바뀌어도 제품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는 등 인증 획득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문제 등도 한국 시장에서만 겪는 어려움”이라고 덧붙였다.


최호·유선일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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