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연 3.0%로 전격 인하됐다. 기업들 돈줄에 숨통의 트이고, 실물 경기가 회복 쪽으로 반응할지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12일 김중수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전월보다 0.25%포인트 내린 연 3.0%로 낮추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지난 지난해 6월 3.0%에서 3.25%로 오른 뒤 13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통화당국이 실물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응급 조치라고 했지만, 가계부채와 물가 압박이 현실화하면 `실기론`이나 무용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 금리가 내리면 주가는 오른다는 통설을 깨고 이날 코스피가 지난달 4일 이후 처음으로 1800선이 깨지며 1785.39선까지 밀린 것도 경기 후진에 대한 우려가 깊고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통위가 가계부채와 물가보다는 국내외 경기침체를 우려해 금리를 내렸다고 본다”며 “가계부채와 물가 압박이 거세지면 한은의 금리·통화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의 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전격 인하를 보는 산업계의 눈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 특히 `대출금리`가 얼마나 떨어질 것인지에 쏠렸다. 기존에 받아놨던 대출금의 이자는 물론이고 유럽발 재정 위기 등에 맞선 선제 대응 차원에서 확보해야 할 유동성을 감안해서다.
일단 은행들은 시장 금리 변동 추이를 봐가며 다음주 중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예금금리 및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나섰다.
우리은행은 시장 변동 추이를 분석,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정기적으로 금리 결정을 하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내려간 만큼 금융채 및 국공채 변동 추이를 봐가며 금리 인하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매일 금리를 정하고 있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만큼 곧바로 금리 인하를 위한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 오전 금리를 변경하는 국민은행도 금리 인하 검토에 나서 이르면 다음주 중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분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등 타행들도 금리 인하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따라 시장 금리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은행들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며 “은행들이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내려가 은행들의 금리 인하 속도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기업들이 자금조달 시 지출하는 비용을 낮춘다. 영업수익 악화로 인한 자금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그만큼 투자가 활발히 이뤄진다. 여기까지는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수순이다.
이 같은 기대와 달리, 이번 인하 조치가 실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이른바 `실기론`이다. 실제로 금리인하는 주요국이 이미 먼저 단행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한 달 만에 두 번이나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0.25%포인트 내렸다. 한은의 이번 조치가 선제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돈 끌어다 쓸 기업들의 현금보유는 이미 넘쳐난다”며 “경기침체 국면에서 무작정 투자하기를 망설이는 것일 뿐 돈이 없어서 투자를 안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변동추이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