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소프트웨어(SW) 기업에서 한국 기업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SW 불법복제 피해액은 사상 최대치(8900억원)를 기록했다. 국내 전체 IT생산액 가운데 SW가 차지하는 비중은 8% 수준이다.
이것이 바로 `IT강국 코리아`을 주창하는 우리나라 SW의 현실이다. 이제 SW는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해졌다. 금융이나 항공, 조선소 등의 산업에서 SW 오류는 곧 경제 마비를 일으킨다. 이처럼 SW는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된다. SW강국으로 가야만 진정한 IT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SW강국으로 갈 수 있는 가장 큰 지름길은 SW를 자산으로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잘 관리해나가는 것이다. 즉, SW자산관리가 SW강국의 초석을 다지는 길이다. 이에 기업의 SW자산관리의 중요성과 자산관리 모범 사례 등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①[SW강국 도약, SW자산관리에 달렸다(상)]국내 기업의 SW자산관리 실태 및 중요성
②[SW강국 도약, SW자산관리에 달렸다(중)]SW자산관리 전문가들이 말한다
③[SW강국 도약, SW자산관리에 달렸다(하)]김현숙 SPC 정책법률연구소장 기고
우리나라는 오라클 등 글로벌 SW 기업들의 신규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몇 안 되는 국가다. 그만큼 신규 수요가 여전히 많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SW 자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매번 신규 프로젝트를 할 때 마다 새롭게 SW 구입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SW 기업의 한 영업대표는 “금융권에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대규모 신규 SW 매출이 발생한다”면서 “하지만 이미 사용하고 있던 SW는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하드웨어에서 사용하면 되는데 그 SW의 존재 자체를 몰라 사용 연수가 다 된 하드웨어와 함께 SW까지 폐기처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 영업대표는 자사 신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미 제안요청서(RFP)에서부터 신규 SW 라이선스 구입을 명시해 두고 있기 때문에 굳이 사겠다는 고객의 마음을 돌려놓을 필요가 없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비용 손실”이라면서 “기업이 SW를 제대로 자산으로 관리하면 SW라이선스 및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작권 관련 소송의 위험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에 있어 SW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SW가 중단되거나 오류가 발생하면 업무 자체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기업 경영에도 큰 혼란을 야기한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매년 대규모 IT투자를 집행, 새로운 SW를 구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한 SW를 기업의 중요 자원 중 하나로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눈에 보이는 HW만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기업의 SW자산관리가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는 데는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SW의 구매에서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SW의 전체 수명주기를 관리함으로써 기업은 전략적이고 경제적으로 SW를 구매할 수 있어 총소유비용을 줄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국방부의 불법 SW 복제 사용 분쟁도 사실상 SW자산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사실상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한 것이다.
이에 최근 많은 기업 및 기관들이 SW 자산관리체계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기업들은 물론 중견·중소기업들까지 SW자산관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이 SW자산관리 체계를 갖추기 위해 SW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것과 함께 관련 전문 인력도 필요하다.
유종호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경영지원실 상무는 “무엇보다 기업들이 SW자산관리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조직이 공유하고 이를 조직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면서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는 `C-SAM`과 같은 전문 자격증이 있으며, 외부 전문 기관의 컨설팅으로 자산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황경태 동국대학교 경영정보학 교수는 “단순히 SW 라이선스 관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전반적인 IT서비스관리(ITSM) 관점에서 SW 자산관리의 범위를 확대하고 정교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SW자산관리 전문가도 향후 IT자산 및 구성관리 전문가로 양성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