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아부지.” MBC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김선아)가 아버지에게 한 대사다. 만약 이 말을 “내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아버지“라고 했으면 딱딱해진 심장을 울먹이며 말하는 딸내미의 표정과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 자리에 아부지가 들어가면 어떤 고민과 아픔이라도 다 들어줄 것 같은 느낌이 다가온다.
아부지는 아버지의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방언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근엄한 표정이 아부지에서는 사라진다. 아부지는 위엄 있고 근엄한 이미지보다 인자하고 자상한 이미지가 엿보인다. 그만큼 아부지는 아버지보다 친근감이 가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아버지는 왠지 거리감이 느껴진다. 존경하면서도 두려운 대상이다. 아버지 앞에서는 말문을 열기기 쉽지 않다.
이에 비해 아부지는 정감이 가는 가까운 친구처럼 느껴진다. 살아생전 못 한 효도를 생각하면서 세상을 떠난 아부지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묻어난다.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어서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부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무침은 남다르다. 공간적으로 아부지와 떨어져 있지만 사랑만큼은 떨어져 있지 않다. 언제나 내 가슴 한 구석에 듬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아버지는 공간적으로도 떨어져 있지만 사랑도 떨어져 있다. 평생 살면서 아버지와 허심탄회하게 부자 또는 부녀 간에 정감이 오고가는 대화를 해본 적이 별로 없다.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 지시나 명령조의 말만 들린다. 그래서 아버지의 말에는 무조건 순응하고 복종해야 한다. 서먹서먹하고 함께 있어도 말할 수 없는 침묵이 흐른다. 하지만 아부지는 언제라도 달려가 안기고 싶은 부성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처럼 느껴진다. 아부지는 많이 이야기하기보다 우선 들어주고 맞장구를 친다. 아부지와 믿고 의지하는 신뢰가 쌓이면 교감이 먼저 일어나고 공감대가 형성된다. 머리가 아니라 심장을 맞대고 고민을 털어놔도 괜찮다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도 아부지다. 아버지가 아부지로 바뀌는 시점에서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사랑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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