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거안사위(居安思危)의 각오로 R&D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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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일본의 전자업계가 한국과 대만 기업에 백기를 들었다는 보도를 접한 기억이 있다. 최근 발표된 일본 전자업체의 실적은 사상 최악의 적자로 `전자왕국`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하는 처지다. 반면에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은 글로벌 무대에서 거침없이 활약하고 있다. 불과 10년 만에 두 나라의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성과를 보면 연구개발(R&D)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침체됐던 2009년 미국과 유럽의 기업은 R&D 투자를 각각 5.1%, 2.6% 줄였으나, 우리 기업은 8.3% 늘렸다. 그 결과 우리 기업은 전자·자동차·조선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했고,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6.2%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모든 업계가 마찬가지겠지만 IT는 더더욱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다. 기술력에 의해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선도 기술을 발굴하고 개발, 상용화하는 것은 필수 요소임에 틀림없다.

나는 어느 누구보다 기술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경험한 당사자기도 하다. 피처폰이 대세였던 시절, 오비고는 세계 브라우저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같은 길을 가던 경쟁업체들은 방향을 180도 선회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이 길목에서 브라우저 기술력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브라우저를 강화해 HTML5 기반의 브라우저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WAC, GENEVI 등의 글로벌 연합과 기술표준화에 앞장서는 한편 스마트카나 스마트TV와 같은 최첨단 제품에 HTML5 기반 브라우저를 상용화해 탑재하는 등 스마트 기기의 IT 융합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외국계 기업이 성장하기 힘든 일본 시장에서 일본의 전통적인 브라우저 기업들을 제치고 NTT도코모에 HTML5 브라우저를 공급한 것은 끊임없는 R&D 투자와 우수한 인력을 기반으로 기술력을 확보했기에 가능했다.

물론 아직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르다. 일본 기업들이 그러했듯이 국내 IT 기업들 역시 10년 뒤, 아니 더 짧은 시간 안에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그러지 않으려면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R&D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R&D가 연구에만 몰두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로드맵에 따라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 피드백 및 시장성 등을 수시로 반영해 R&D 전략을 꾸준히 바꿔나가야 한다. 이것은 시장의 트렌드와 고객의 수요가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의 R&D 지원도 보다 구체화돼야 할 것이다. 중소 소프트웨어(SW) 업체가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R&D 인력에 지원을 강화함은 물론이고 대중소기업과 산학연이 상생 협력함으로써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R&D 생태계를 시급히 조성해야 한다.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평안할 때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자리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를 위해 계속 채찍질하고 변신해야 한다. 이것이 기업의 생존력이다. 기업 생존력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원하는 기업에 R&D는 그 미래의 모습을 현실화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하고도 근본적인 방법이다.

황도연 오비고 대표 David.Hwang@obi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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