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https://img.etnews.com/photonews/1207/304992_20120710144422_527_0001.jpg)
최근 망 중립성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전문용어였던 망 중립성이 대중 용어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망 중립성의 정확한 정의나 그 당위성 인식은 부족하다. 이로 인해 사업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사회적 혼란을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확실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망 중립성 문제의 올바른 해법에는 통신 산업의 특성과 통신 인프라로서의 망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전제돼야 하다. 통신업은 초기에 큰 투자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국가 지원 없이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초기 국가자산을 인수한 소수의 선택받은 사업자가 과점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것이다. 국내는 3개 통신사가 과점 형태로 십수년을 유지해 오면서 통신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고 망이 통신사업자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근본적으로 통신망은 통신사업자가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것이기에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망 중립성은 공적 자원을 과점 사업자가 오용해 공정 경쟁 환경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 원리다. 통신사업자는 세제 혜택 등 국가의 정책적 보호 아래 있기에 그 망과 인프라가 공공재 성격을 띤다. 망은 사업자가 소유하고 통제하는 사유 재산이 아니라 사회가 공유하고 책임있게 사용해야 하는 공기다.
망의 공유적 개념이 부각되는 것은 최근 망 자체가 점차 플랫폼이 되어가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망이 다양한 사업자나 콘텐츠가 공유되고 이용되는 하나의 장(場)으로 변모하는 것이 기술적 진화 방향이다. 망의 개념도 소유가 아닌 범용화(commodization) 되어가고 있다. 그런 플랫폼을 바탕으로 사용자, 망 사업자,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 등 가치사슬이 유기적으로 형성되고 유지되는 건강한 생태계가 창출돼야 한다.
이 생태계에서 통신사와 인터넷 사업자는 각각 역할을 수행하면서 상호의존하며 공생한다. 이용자는 통신사업자에 회선 이용 비용을 지불하고 포털과 같은 서비스 및 콘텐츠 사업자는 사용자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광고 등 다른 수익을 창출하거나 콘텐츠 판매 수익을 얻는 선순환 고리를 가지고 있다.
이용자는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통신사 인터넷에 가입하고 이는 트래픽 증가와 더불어 통신 사업자 수익 증가로 이어진다. 결국 통신사는 양질의 콘텐츠나 서비스 사업자 덕분에 데이터 매출을 늘리는 셈이고 그런 점에서 통신사도 콘텐츠나 서비스 중심의 새 에코시스템 혜택을 받는 것이다.
결국 망 중립성 문제는 무료 통화를 허용하거나 차단하는 `접근`의 문제가 아니라 ICT 생태계를 어떻게 형성해 나가는지의 문제다. 외국 사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나라마다 통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망 중립성 모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상황에 맞는 생태계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개방적이고 공정한 플랫폼 조성과 지속가능한 ICT 생태계 발전에 보다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적극 시행해 나가야 한다.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dshin@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