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국내에 진출한 5000여개 다국적기업의 수입가격 동향을 상시 감시한다.
관세청은 1일 다국적기업의 가격조작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다국적기업 가격동향 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달부터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다국적기업들은 본사의 이전가격 정책이라는 명분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가격조작을 시도해 이윤 극대화를 꾀해 왔다.
가령, 관세율이 높은 물품을 저가로 수입신고해 관세를 탈루하거나 자유무역협정(FTA) 등 무관세 품목의 수입가격을 고가로 신고해 관세 부담 없이 물품대금 명목으로 외국 관계회사에 거액의 외화를 송금하는 식이다.
다국적기업의 수입규모는 전체 수입액의 30% 정도에 불과하지만 2008년부터 4년간 추징한 관세 1조7억원 중 다국적기업에 대한 추징액이 70%(7013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탈루 위험성이 높다.
실제로 통신기기 수입업체인 A사는 관세율이 0%인 통신기기를 수입하면서 수입가격을 3배나 인상해 신고하다 올해 초 관세청에 적발됐다.
조사결과 A사는 인상 차액 수천억원을 외국에 송금하는 방식으로 국부유출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로 B사는 세율이 높은 사치성 소비재를 수입하면서 의도적으로 수입가격을 낮추는 저가신고 수법으로 수천억원의 관세를 탈루하려다 덜미가 잡혔다.
관세청은 국내 진출한 다국적기업 약 5000개를 대상으로 회계 공시자료, 수출입 및 외환거래자료 및 해외 관계회사 정보 등을 기초로 모니터링해 가격조작 등 징후가 발견되면 추가 정밀분석을 거쳐 기업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 시스템이 가동되면 가격조작 행위의 적시 차단으로 관세소송을 예방하고 납세의무자에게는 사후 대규모 추징위험에서 벗어나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