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IT기업이 배워야 할 맛집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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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예년에 비해 더위가 일찍 오고 비는 오지 않는 이상기후다. 가뭄으로 논바닥은 갈라지고 바닥까지 드러난 산정호수가 실시간 검색 순위 2∼3위까지 올랐다. 7월이 채 되기도 전에 이미 여름은 시작됐고 등에 땀띠가 생기기 시작했다.

에너지·전기 절약을 위한 자구 노력으로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백화점·상가까지 실내 평균온도를 올린다. 틈날 때 은행이나 대형마트에 가서 도심의 피서를 즐겼으나 올해는 이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더위 못지않게 미국발, 유럽존 금융위기가 만만치 않고, 다음 달부터는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동참,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가 우리나라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석유관련 제품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율이나 증시, 금융시장이 안정돼야 개인이나 기업·정부는 미래를 예측해서 적정한 경제활동을 한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미래 예측이 불가능해져 투자에 소극적이게 되고 소비를 줄이게 된다. 경제가 다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가 불확실하고 경기가 침체될 조짐에도 살아남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안주하면 바로 매출이 급감하는 시대다. 국내 기업 역시 새로운 제품 개발과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장은 작고 소비자 욕구는 끊임없이 변한다. 무엇을 택하고 어디를 공략해야 할지 몰라 안타까운 실정이다.

얼마 전 컨설팅 인력들이 모여 우리나라 식당 수익을 분석하고 특징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몇 달간 노력한 결과 수십 페이지의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한식, 일식 및 퓨전음식 비율, 일일/월 매출, 1인당 객단가, 점심과 저녁의 전략, 유동인구 대비 손님 수 등 많은 조사가 이뤄졌지만 정작 손님이 넘쳐나는 맛집의 특징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수집된 데이터와 자료가 넘침에도 불구하고 상호 연계성은 쉽게 잡아내지 못했다. 여러 논의를 거쳐 돈 버는 식당과 돈 못 버는 식당으로 나누어보게 됐다. 결과는 평범했지만 얻은 결론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누구나 공감이 가겠지만 돈 버는 식당은 메뉴가 적다. 또 사장과 직원의 신념과 자긍심이 대단하다. 반면에 돈 못 버는 식당은 사장의 실력이 뛰어남에도 귀가 얇다는 특징을 찾아냈다.

대한민국 최고의 국밥집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직하게 어떻게 하면 최고의 국밥을 제공하는지에 몰두했다. 이 국밥집은 손님에게 자기 집 제품이 최고의 국밥으로 인정받는 데 집중했다. 돈을 못 버는 식당 주인은 어려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걱정 속에 적이 당황, 주위에서 `이것을 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저것이 좋을 것이다` 하는 충고에 귀가 솔깃해져서 메뉴가 점차 많아졌다는 것이다. 광우병 파동이 났을 때에도 많은 식당이 메뉴를 바꿨고 하나둘씩 전문 식당의 특징을 잃어가게 됐다는 결론이었다.

자신의 아이템을 최고로 만드는 힘든 과정을 묵묵히 지켜 끝장을 봤는지, 아니면 주변의 호의적인 여러 의견에 무게 중심을 잃어버렸는지의 결과가 맛집의 흥망으로 직접 연결됐음을 배웠다.

변화 주기가 매우 잦은 IT 업종이 일류 맛집 경영에서 얻은 철학은 사뭇 크다고 본다. 과연 우리 기업은 지금껏 해온 사업 아이템이 최고로 인정받을 때까지 해봤는지, 이 분야 최고라고 인정받아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를 되새기면서 더욱 매진하고 끝장을 봐야 하지 않을까.

신상철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회장 ssc03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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