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워터 허브(Water Hub)

물은 일상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그러나 앞으로 25년 뒤 지구상의 담수 공급량은 현 수준에서 3분의 1로 줄어든다. 세계 예상 인구 78억명 중 40억명이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오염에 따른 기후 변화, 인구 증가, 도시화로 사막화하는 지역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와 기업이 물의 중요성과 산업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물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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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水)처리가 새로운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처리 조사기관인 글로벌워터 인텔리전스는 보고서에서 세계 물 관련 산업 시장 규모는 2012년 500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연평균 4.5%씩 성장해 2016년에는 595조원 규모로 확대된다. LG전자는 최근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수처리 부문에 10년간 5000억원 이상을 집중 투자한다고 밝혔다.

◇LG전자, 10년간 수처리 사업에 5000억원 투자=수처리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국내 기업은 LG전자다. LG는 오래 전부터 가전제품 생산의 연장선상에서 물 산업을 준비해 왔다.

유럽에서 석회 성분이 많은 수돗물을 써야 하는 현지형 세탁기를 만들어 판매하다 보니 물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됐다. 정수기 개발도 한 몫 했다.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 성분은 그대로 두고 유해한 물질은 걸러내는 물 관련 기술을 연구했다.

LG전자는 세탁기·냉장고·정수기 등에서 확보한 물 관련 기술을 접목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수처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처리 사업은 물을 깨끗하게 거르는 시설 설계와 시공, 시설에 들어갈 장비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LG전자가 수처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시설 내 물을 걸러주는 얇은 필터인 `멤브레인`을 만드는 핵심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체 생산한 멤브레인을 적용해 차별화된 수처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부영양화에 영향을 주는 총인의 처리능력을 향상시킨 `G-MBR(Green-Membrance Bio Reader)` 공법을 개발해 환경 신기술을 획득하는 등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수처리 시설 설계와 시공은 일본 히타치플랜트테크놀로지와 협력하기로 하고 지난 2월 합작법인인 LG-히타치 워터 솔루션을 설립했다. 회사는 앞으로 공공 상·하수처리 및 재이용, 산업용수 공급, 산업폐수 처리 및 재이용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수처리 시설과 운영은 지난해 인수한 대우엔텍에서 수행한다.

시노펙스·웅진코웨이·코오롱인더스트리·제일모직·도레이첨단소재 수처리 기업 다섯 곳은 최근 경상북도와 물산업 육성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멤브레인 기술 개발과 해외 진출에 공동 노력하고 지역 투자 확대를 추진한다. 2015년 제7차 세계 물 포럼 성공 개최와 경상북도 내 상수도시설 선진화, 생활용수 공급, 하·폐수 적정처리 사업 등도 공동 진행한다.

해외에서는 지멘스가 이미 세계 각국에서 수처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수처리 사업 인력만도 5400명에 이른다. 지멘스는 분리막 여과 기술과 전통적 기술로 매일 25억갤런 이상의 물을 재이용 및 재처리하고 있다. 750개 육상 및 해상용 프로덕트 와터 트리트먼트 시스템으로 매일 600만배럴의 물을 처리, 해양 수질을 보호하고 있다.

◇세계 워터 허브 꿈꾸는 싱가포르=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수처리 사업이 진행된다. 대표적 나라가 워터 허브를 꿈꾸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수자원 문제 심각성을 인식하고 수처리 기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정해 관련 연구개발 기관과 인력을 유치했다.

섬나라인 싱가포르는 과거 수년간 물 부족 문제를 겪어왔다. 이로 인해 10년 전부터 국민 460만명에게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수처리 기술 연구를 진행했다. 수자원 재이용은 물론이고 해수담수화도 물 부족 문제의 해결방안이라 판단해 연구를 하고 있다. 문제는 얼마나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적은 에너지를 활용해 담수화할 수 있는지다.

싱가포르 정부는 난양대학과 싱가포르 과학기술청, 국립수자원공사를 연결해 고급 인력과 우수한 연구 및 테스트 시설을 제공했다. 2008년 6월 제1회 `국제 물주간` 박람회도 개최했다. 수처리 시설에서 큰 문제로 대두된 하수 슬러지를 최소화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제거해야 하는 슬러지 양만 해도 어마어마하고 운반 전 건조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에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이를 방지하고자 박테리아를 활용해 미생물학적으로 슬러지를 분해하는 `카니발 공정`을 개발, 하수 슬러지 양을 줄였다.

싱가포르는 경제 발전에 필요한 안정적 용수 공급을 위해 싱가포르 국립수자원공사와 환경부 주도로 하수 재이용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핵심 목표는 정화 처리한 하수를 일반 식수원으로 보충해 사용할 수 있는지 적합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는 하루 1만㎥의 첨단 수처리 공장 설계, 건설, 운영 방안 마련도 포함됐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싱가포르는 세계 워터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 수자원공사도 지하수 보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혁신적인 성과를 인정받았다. 오렌지 카운티 수자원공사는 2008년 스톡홀름 물산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수처리 사업은 △식음료 △반도체 △생명과학 및 제약업 △석유 및 가스 △발전소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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