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벨라루스` `우즈베크` `캄보디아` `필리핀`.
한국거래소(KRX)가 거래소 IT시스템 수출에 성공하거나 수출이 기대되는 국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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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국가의 특징은 국민소득 5000달러 안팎부터 1000달러 수준으로 신흥개발국이란 점이다. 수출 형식도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금(EDCF)이나 국재협력단 기금을 활용해 차관을 주고 시스템을 공급하는 형식이다. 일부는 지분 투자를 통해 향후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 당장 이익을 챙기기 어려운 구조다. KRX 해외사업팀은 시스템 수주를 위해 정부와 거래소 관계자를 찾아다니면서 협상을 한다. 때로는 며칠간 비행기를 타고 움직여야 하고 울퉁불퉁한 오프로드를 정처 없이 가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성장성 높은 신흥시장은 기회의 땅=KRX 해외 진출 이유는 많지만 꼽자면 3가지로 요약된다. 신흥 국가의 성장잠재력이 높다는 점과 그간 우리가 원조 받던 구조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로 변신했다는 점이다. 인프라를 수출함으로써 국내 금융기업이 보다 편리하게 현지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국, 일본, 호주, 홍콩,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아시아 국가 경제성장률은 5~7%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2.5배 수준이다. 세계 평균의 3배에 달한다. 인구증가율도 OECD의 3배, 세계 평균의 2배다.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역시 발전 속도가 가파르다.
한경태 한국투자증권 호치민법인장은 베트남을 예로 들며 “동남아시아 지역 경제는 금융위기때 주춤했지만 여전히 5~7%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자원 보유와 소비세대의 부상을 고려하면 지금이 투자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KRX가 베트남과 IT수출 계약을 체결하면 베트남 증시에 선진제도와 다양한 상품을 도입할 수 있어 국내외 증권사도 베트남 시장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수출은 문화·제도 수출=국내 거래소 시스템의 정착은 국내기업 인지도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권경덕 KOTRA 하노이무역관 차장은 “일본과 중국기업이 베트남에 도로나 전기, 공항 등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미래 시장 선점은 물론 인지도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KRX의 자본시장 시스템 수출은 기업에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IT 인프라 수출은 문화와 제도 수출로 이어진다.
한국거래소에서 파견된 민경훈 캄보디아거래소 부이사장은 “IT 수출은 간단한 하드웨어 수출이 아니라 우리나라 자본시장 제도를 신흥국가에 심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문화와 법·제도가 소프트웨어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신흥개발국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자본시장 법·제도를 받아들임으로써 한국 법·제도와 문화가 해당 국가에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민 부이사장은 “캄보디아 역시 이런 과정을 밟고 있다”며 “캄보디아 자본 시장이 확대되면 국내 금융사의 이 지역 진출은 물론 상품 개발에도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IT시스템 수출이 확대되기 위해선 제도가 국제표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IT업체 관계자는 “해외국가에 IT시스템을 수출하다 보면 국내 제도가 걸림돌이 되는 사례도 있다”며 “일례로 장외파생 분야에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신흥국가에서도 자연스럽게 시스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외 선진 거래소 IT업체들은 이미 묶음 형태의 시스템으로 효율적으로 경쟁하고 있다”며 “우리 거래소도 서둘러 상품을 패키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노이(베트남)=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