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후 1시 반. 700km 상공에서 바라본 울릉도 저동항구는 평온했다. 파도는 잔잔했고 해변도로도 한산했다. 이에 앞서 18일 일본 다네가시마 발사장에서 발사된 아리랑 3호가 정상궤도 진입 후 촬영한 첫 영상을 지상에 보내왔다. 발사 후 일주일 만에 보내온 영상은 울릉도 저동항구와 미국 필라델피아 공항 고해상도 사진이다. 보정작업을 거치지 않았지만 마치 항공기에서 촬영한 듯 선명한 화질을 뽐냈다.
◇ 아리랑 2호보다 월등히 선명= 앞서 운용 중인 아리랑 2호가 촬영한 같은 지역 사진을 아리랑 3호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차이 났다. 아리랑 2호(해상도 1m)와 비교해 지상 물체가 월등히 선명하고 물체 모서리가 명확히 구분된다. 영상의 밝고 어두운 정도도 단계별로 구분되었다. 저동항 사진에서 2호는 주택과 도로가 흐릿해 구분이 쉽지 않다. 영상이 뭉개지는 현상도 있다. 반면 3호는 주택과 도로 구분이 명확하며 주차된 차량도 확인할 수 있다. 지붕 색깔도 또렷이 구분된다. 특히 저동항 주위를 둘러싼 산들의 색상이 자연 상태 그대로다.
이선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자료처리-검보정팀장은 “2호는 상당기간 보정작업 거친 데 반해 3호 영상은 궤도진입 초기에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며 “초점을 맞추고 선명도를 높이는 보정작업을 마치면 화질은 더 선명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3호에는 궤도 내에서 원하는 지역을 선택해 촬영하는 급속 기동 촬영 기능이 있다. 2호는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고정된 자세로 촬영한다. 반면 3호는 위성이 지나는 궤도 안에서 원하는 지역을 찍을 수 있다. 궤도 중심에서 2000~3000km 좌우방향으로 원하는 지역으로 위성과 카메라가 방향을 틀면서 촬영한다.
◇선명도는 첩보위성급에 근접= 3호에는 해상도 70cm급 전자광학카메라(AEISS)가 장착됐다. 70cm급 해상도는 70cm의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인식한다. 쉽게 말해 평양에서 제주도까지 거리인 약 700km 고도에서 지상의 움직이는 차량을 식별하는 수준이다. 고도 685킬로미터에서 초속 7km 속도로 비행하며 정밀하게 지상을 촬영하는 기술은 흔치 않다. 민간 활용하는 인공위성 카메라로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하지만 3호가 지상의 신문 내용을 읽을 정도까지는 아니다. 소위 첩보 위성이라 불리는 인공위성은 600km가 넘는 고도에서 지상에 자동차 종류를 정확하게 파악한다고 알려져 있다. 주차 면에 쓰인 안내 문구까지 읽을 수 있다. 소수 선진국이 운용하는 첩보위성은 심지어 30cm가 채 안되는 지상의 물체도 식별한다. 하지만 이런 위성은 특성상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다.
◇자체기술 제작 자부심= 3호에 탑재된 전자광학카메라는 부품 제작을 제외하고 설계부터 정밀조립, 정렬, 시험, 최종 검증시험까지 모든 과정이 국내 주도로 진행됐다. 국내 우주개발 초기 기술은 부족했다. 아리랑 1호는 외국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았고 아리랑 2호는 해외 산업체와 공동개발 했다. 이에반해 3호는 국내 주도로 선진국의 고성능 위성에 견주어 손색없는 탑재체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용상순 탑재체-전자팀장은 “3호와 같은 고성능 탑재체는 개발 과정이 까다로워 광학계를 조립 시 머리카락 5000분의 1 이상의 초정밀 기술이 필요하다”며 “사람의 움직임이나 주변 자동차의 이동이 만드는 미세 진동에도 성능 측정에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감한 장치가 중력의 수 십배가 가중되는 발사 환경과 우주공간의 진공과 100도 이상의 온도 차를 견디며 3~7년 운용되도록 만들어 져야 한다.
실제로 3호 카메라와 같은 최첨단 인공위성 전자광학 카메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극소수 국가만 보유하고 있다. 3호를 통해 상용 위성영상시장을 주도하는 초고해상도(서브미터급) 위성 영상 시장에 진입해 위성 영상 판매 활성화도 기대된다. 동시에 국내 주도 탑재체 개발을 넘어 핵심 부품의 국산화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브미터급 지구관측위성 현황
다목적실용위성 전자광학 탑재체 개발현황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