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실물 및 자금시장 점검회의`. 통상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리던 이 회의에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나타났다. 이례적이다. 신 차관을 포함해 김동연 2차관과 1급 실장단 전원, 경제정책국장, 국제금융국장 등 재정부 간부들이 총집결했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 정부 대응 원칙은 `실물 전이 차단`이다.
◇정부 비상대처 주문 `집중 모니터링 체제` 가동=이명박 대통령은 6일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사에서 유럽발 세계 경제위기와 관련해 “위기를 벗어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비상한 각오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으며, 대외 불확실성에 비상점검 체제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재완 장관은 대통령 `명`을 받아 곧바로 글로벌 경제 상시점검 체제를 `집중 모니터링 체제`로 전환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 신용평가사와 핫라인을 열고 국제금융센터 등 활용 가능한 정보자원을 총동원해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을 자세히 점검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주요 산업별 실물 동향 모니터링 수위도 한층 높여 달라고 주문했다.
한국은행도 현재 가동 중인 `통화금융대책반(반장 박원식 부총재)`에 외자기획부장을 추가하는 형태로 확대됐다. 한은은 6일에도 국제금융시장이 열리는 점을 감안, 국외사무소와 연계해 관련 시장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했다.
정호석 한은 외환시장팀장은 “컨틴전시플랜(위기대응대책)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보교류로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며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필요시 강력한 시장 안정책도 내놓겠다”고 말했다.
◇산업계, `리스크관리 경영` 나섰다=삼성전자와 LG전자는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 직접적 큰 타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재정위기가 실물경제로 옮아가는 상황, 돌발변수 등을 모니터링하며 `리스크 관리` 경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헝가리와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에서 TV와 가전, LCD 모듈을 생산한다. 생산 차질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유럽 전반의 소비심리 침체 대비에는 나섰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림픽을 앞두고 있지만 1분기 유럽 TV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6%나 감소했다. 삼성전자 유럽시장 매출 의존도는 전체 20~25%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유럽·미국 같은 선진시장보다 아프리카·중동 등 신흥시장 공략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유럽 침체에 대비한 조치다. 최근 중국 판매를 담당하는 중국총괄 조직을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한 것도 유럽시장 악화에 따른 매출처 다각화 차원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수원에서 각 지역 법인장을 모두 모아 `글로벌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도 유럽위기에 따른 삼성의 대응법이 핵심 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도 매출 지역 다변화와 수익성 제고 카드를 들고 나왔다. LG전자는 폴란드를 중심으로 TV와 가전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유럽지역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이다.
LG는 유럽 재정위기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국 베이징, 싱가포르 4개 LG전자 금융센터를 포함, 전사 차원에서 전 세계 기업 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재무 위험을 파악해 선제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경제단체 대응책 마련 분주=전국경제인연합회는 빠른 시일 내로 금융위기 관련 설문조사에 착수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과 경제전문가 대상으로 앞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칠 영향과 대응방안을 조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회장단 회의에서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손영기 거시경제팀장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유럽과 중국 수출업체에 이미 금융위기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의는 이와 관련 7일 전남 여수에서 열리는 전국 회장단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며, 필요시 공동발표문도 채택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수출 진흥 비상대책 수립에 착수했다. 협회 관계자는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며 “대책에는 유럽과 중국 등 여건이 안 좋은 곳으로 수출하는 기업의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수출기업 챙기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류경동·김승규·김준배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