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아지면 달라질까. 언뜻 `많다`는 것과 `다르다`는 건 쉽지 않은 조합이다. 스마트폰 시대의 역설이다. 하지만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필립 앤더슨은 `많아지면 달라진다(More is different)`고 단언했다.
각각의 사물들을 합해 놓으면 그 집단은 새로운 행동 방식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에 따르면 노동시간 감소와 기술발전으로 연간 1조시간이 넘는 여가를 갖게 된 세계인들이 `인지잉여(Cognitive Surplus)`를 함께 모아 사용하면 상상할 수 없는 사회 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스마트폰이 변화의 축이다.
이미 1인 1스마트폰시대에 카카오톡의 성장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전 지구적 확산을 통해 웹의 주류로 올라선 사례다. 네트워크의 범위가 무제한 확장되면서 거대한 공동체를 형성, 사회·문화·정치적인 격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양의 증가가 질의 차이를 가져올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창발현상이 그것이다. 다수의 구성요소가 합쳐지면 개개의 특성을 초월한 새로운 질서가 출현해 창조적 결과가 발현된다는 것이다. 역할이 상이한 개미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거대한 탑을 쌓아올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각각의 구성 요소들이 외부의 통제 없이 자발적 상호작용과 양의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 고도의 질서를 정립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른바 자기조직화다. 벌들의 세계가 대표적이다. 누군가의 통제 없이도 서로 조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한다.
페이스북 얘기로 돌아가 보자. 서드파티와 플랫폼이 서로의 가입자 증가를 유발하고 있다. 네트워크의 자기연결적 구조가 증폭효과를 내면서 사용자를 유입시키고, 이는 다시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의 이용을 활성화하는 구조다. 트위터도 서드파티에서 시작된 기능이 플랫폼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기능하고 있다.
성공한 플랫폼의 생태계가 복잡계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방증이다. 서드파티를 성공적으로 확보해 자기조직화로 기대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마트폰발 창발은 사용자 일상의 변화를 촉발한다는 데 주목할 만하다. 사용자의 적극적 참여와 공유로 다자간 소통을 확산시킨다. 사업자가 제공하는 통신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단계에서 상품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사업 정책에 의사를 반영하는 식으로 사용자 주권시대를 연다.
기업들은 이제 `많아져서 이전과는 다른` 이 거대 집단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SNS는 기업들이 이 집단과 수평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접합점이다.
카카오톡이 4일 무료 모바일 인터넷전화서비스인 `보이스톡`의 서비스를 예고했다. 테스트단계이긴 하지만 사실상 무료서비스를 선언했다. 2700만 거대 가입자 규모를 앞세웠다. 지금까지 통신의 기본 개념인 음성통화의 근간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태세다. 그런데 문제는 모바일 생태계 구축이다. 모든 걸 무료로 제공하는 것만이 변화의 동인이 될 수는 없다. 당장의 무료서비스에 이용자들은 열광할 수 있지만 결국 데이터서비스의 요금이 올라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많아지면 달라진다는 게 현실에서 자기완결적 다다익선(多多益善)으로 해석될 수 있을까. 아직은 지켜봐야겠지만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를 포함한 모바일 생태계라는 것은 결국 길고 멀리 볼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얘기다.
박승정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