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기업 아에레오(Aereo)는 올해 3월 신개념 스트리밍 서비스를 론칭했다. 브루클린의 한 창고에서 직접 개발한 소형 스마트기기 전용 안테나 어레이(array)를 설치한 후 고객에게 월 12달러를 받고 대여를 해준 것. 이용자는 스마트폰, 스마트패드에서 아에레오 애플리케이션만 내려받으면 지상파방송 28개를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당 40시간까지 방송 콘텐츠를 스토리지에 저장해주는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CBS·ABC·폭스·NBC 등 지상파방송은 즉각 반발하며 아에레오를 고소했다. 기존 방송사업자에 재전송료를 지불하지 않고 콘텐츠를 전송했기 때문에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에레오는 `IT 진화로 안테나 어레이를 개발하고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전송하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상파·케이블TV사업자들이 아에레오를 제소하면서 지난 30일(현지시각)부터 이틀간 맨해튼법원에서 열린 1차 청문회에 IT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기존 미디어사업자와 스타트업의 첨예한 대립 이면에는 새로운 기술에 기존 법을 어떻게 적용하는지의 난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에레오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인정받으면 기존 저작권법을 수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TV산업 구조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보도했다.
지상파·케이블TV사업자들의 변호인단 중 한 명인 븐 파브라지오 변호인은 “아에레오가 지상파 신호를 재전송하고 있는 만큼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이며 당장 서비스를 중단할 정도로 문제가 시급하다”며 “아에레오는 전통 미디어의 광고 수입을 하락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존 엔글랜더 아에레오 측 변호사는 “미국의 수많은 일반 시청자는 TV안테나를 설치해 무료로 지상파를 보고 있다”며 “우리 시스템도 어차피 무료 공공재인 TV전파를 가져와 이를 가공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사는 손해본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련자들은 갑론을박에 한창이다. 마르틴 프랭크 CBS 고위 임원은 “우리의 두려움 중 하나는 뉴욕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다른 지역으로의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점”이라며 “가늠할 수 없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으로 기존 가입자 이탈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 카간 케이블TV&인터넷 애널리스트는 “아에레오는 TV산업에 분명 무서운 신예지만 그렇다고 법이 새로운 기술을 막을 권한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때때로 기존 산업을 붕괴하고 다시 재창조하면서 사회는 발전해왔다”며 “이것이 진보”라고 주장했다.
한편 청문회를 주최한 앨리슨 나단 판사는 다음 달에 모든 상황을 종합해 권고안을 선고할 예정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