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경제·금융 상황이 다시 `암흑천지`에 놓였다.
재정-금융 위기가 실물 부문으로 옮겨 붙으면 곧바로 전세계 대공황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4일 전세계 주식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실제 상황보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지만 위기의 `시계추`는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우리나라로 넘어올 수 있는 경제 위기 `저지선`을 지키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회 두 수장의 고민도 깊어졌다.
◇박재완 장관 “중기 무너져선 안된다”= 정부는 각종 운용 기금을 늘려 `실물경제 중추`인 중소기업을 지원키로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에서 “정부가 운용하는 기금 가운데 일반기금은 20%, 금융성 기금은 30%까지 국회 동의 없이 증액할 수 있다”며 “올해도 중소기업 창업·진흥기금,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무역보험기금 등을 늘려 경기 상황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적 기금을 실물 위기를 막는 실핏줄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증액한 기금은 중소기업, 수출기업 등에 지원하되 구체적인 증액 금액이나 기금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결정할 때 반영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기금 증액이 재정수지에 다소 악영향을 주겠지만 다른 쪽에서 큰 지장이 없도록 관리할 수 있다. 2013년 균형재정은 어떤 일이 있어도 달성하겠다는 각오로 예산을 짤 생각이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현재 취업성공패키지 지원대상 연령에 30대만 빠져있는 것과 관련 “30대도 취업성공패키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석동 위원장 “대공황 같은 피해 올수도”=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4일 간부회의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을 미칠 것”이라며 비상한 각오를 밝혔다. 민관 안팎에 대비 태세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2009년 10월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는 유럽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재정위기에서 은행위기로 확산하고 이제 스페인까지 은행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스페인은 경제규모가 그리스의 5배로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 정도가 예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스페인 은행위기가 촉발되면 그 자체로 충격이 크고 실물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어 대단히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부문에서도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 기류를 적극 수용해 대응해야 한다”며 “시장안정 기반을 공고히 다져 나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건전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으로 정책대응 방향에 관해선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실행했다고 평가하고 잠재 불안요인인 가계부채를 위해 이달 중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가계부채를 조절할 수 있는 프레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