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집을 운영하는 백부(伯父)를 돕던 여대생은 백부의 가스비 걱정에 생각에 빠졌다. `가마솥에서 펄펄 솟아오르는 저 증기를 사용하면 가스비를 줄일 수 있을 텐데…. 내가 한번 해보자.` 첫 시도는 난방수 활용이었다. 커다란 물통을 구했다. 가마솥 증기로 물통 물을 끓였다. 효과가 좋았다. “그래, 이거야!”
오한솔 HAET 대표(제주대 언론홍보학과 2년 휴학)가 창업한 동기다. 1991년 7월생이다. 아직 만으로 20세. 백부 부담을 덜겠다던 기특한 생각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특허도 3개나 출원했다. 지난 3월에는 제주도 모슬포 순대공장에 3000만원 규모의 설비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설비 가동일이 오늘내일”이라며 들떠 있다. 제주대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사무실을 이용한다. 7월께 서귀포에 사무실을 연다. 쇼룸(전시장)도 딸렸다. 사람도 뽑는다. 어엿한 `사장님`이다.
오 대표가 만든 `스마트 쿠킹시스템(자동 사골추출장치)`은 생활의 발견이다. 시스템은 3차에 걸쳐 가마솥 폐열을 모아 난방·온수·육수 가열 등에 사용한다. 시스템 구축으로 가스 가마솥과 비교해 연료비를 60%에서 많게는 80%까지 절감한다.
과정은 이랬다. 개발에 뛰어든 게 2010년. 가족과 지인 도움으로 시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학교(제주대)에 예비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다. 기술 멘토로 현명택 기계공학과 교수를 추천받았다. 현 교수는 열시스템 설계 분야 전문가다. 오 대표(당시 학생)가 고안한 설비를 적용한 설렁탕집을 찾았던 현 교수는 “늘 봐왔던 것인데, 그걸 바꾸려고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관찰력”이라며 “국물을 우려내는 사업장에서는 에너지 절감이 중요한데 사업성을 제대로 봤다”고 평했다. 현 교수는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한 설계 등 공학 부문을 자문했다.
오 대표 전공은 언론홍보학이다. 기술과 거리가 멀다. 부족한 건 적극성으로 해결했다. 대학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입주사 대부분이 기술벤처다. 오 대표는 “옆방에 있는 엔지니어에게 자문을 구했고 설치도 해줬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는 분명 사업에 부담이다. 무엇보다 여성이다.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하는데 사장님 얼굴을 보면 `못 믿겠다`는 표정입니다. 뭔가 `어색하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제품이 좋으니까 믿어주는 분이 늘고 있습니다.”
당당함은 `실패`를 얘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나 둘 발생했던 오류를 모두 잡았다”며 “충분히 테스트해 공급하고, 외부 위탁으로 애프터서비스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롤모델을 묻자 “특별히 없다”고 말했다. 다만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 자서전을 보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닮아야겠다고 느꼈다”면서 “기존에 나온 제품을 보강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이다. 오 대표는 올해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전용창업자금 수혜자 가운데 최연소다.
오한솔 대표에게서 배우는 청년 스타트업 창업전략
1. 아이템을 생활 속 불편함에서 찾자.
2. 처음에는 저비용으로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자.
3. 멘토를 잘 만나고 적극 활용하자.
4. 대학, 창업보육센터 등 주변 지인과 관계를 트자.
5. 정부 자금(융자)은 사업에 확신을 갖게 될 때 받자.
6.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자.
7. 제품은 검증을 마친 후 시장에 내놓자.
8.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정신을 잊지 말자.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