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콘텐츠제공업체(CP)와 공생할 수 있는 `망 공존`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네트워크 구현에 CP의 재량권을 확대하면서 투자 비용이나 네트워크 수익을 나누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클라우드 및 콘텐츠 중심 네트워킹을 위한 스마트노드`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다.
KT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함께 진행 중인 이 사업은 포털, 미디어 사업자 같은 CP가 필요에 따라 `맞춤형 네트워크`를 구성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네트워크 곳곳에 스마트 컴퓨팅 기능을 내장한 마이크로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두고 동영상 같은 빅데이터 콘텐츠를 개인정보 등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CP가 각 비즈니스에 맞춰 부가 서비스를 구현할 수도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논의가 활발하게 일고 있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즉 오픈플로우와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 3월 시작된 이 사업은 이미 1년 넘게 진행돼 왔다. 최근 ETRI를 중심으로 국내 통신장비 업체가 참여하는 `스마트노드` 프로젝트가 본격 출범하며 인프라, 서비스, 콘텐츠 사업자가 공생할 수 있는 기틀도 마련됐다.
KT 관계자는 “아직 실제 망에 적용할 정도로 진행은 되지 않았지만 전사 차원에서 의지를 가지고 연구개발(R&D)을 독려하고 있다”고 추진 상황을 밝혔다.
국내 유·무선 인프라 최강자인 KT는 현재 스마트TV 제조사, 포털 등과 망 대가를 놓고 최전선에서 대립하고 있다.
CP 진영이 트래픽 폭증을 유발하며 망을 이용하는 만큼 대가를 더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KT 주장이다.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 15일 월드IT쇼(WIS) 기조연설에서 블랙아웃을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
KT 스마트노드 프로젝트는 이 때문에 단순히 망 이용료를 더 받는 방식보다 진일보한 대안으로 꼽힌다. CP가 직접 구현한 `맞춤형 네트워크`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펼치고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장비업체 한 임원은 “KT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국내 통신사가 현재 네트워크 구성으로는 공멸 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결국 주도권 싸움으로 귀결되겠지만 현재 `대가를 더 내라 말라`는 식의 단순한 논의는 인프라 발전에 따라 점차 실제 타협점을 찾는 쪽으로 초점이 모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