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구개발(R&D)이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산업화 초기 단일 기술 모방이 R&D의 핵심이었다면 다음 단계는 선진국 따라잡기 전략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경제의 중심에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플 쇼크에서 알 수 있듯이 창의성이 결여된 R&D는 결국 중심에 접근할 수는 있지만 중심은 될 수 없다는 교훈을 줬다.
이후 정부는 R&D에 창의성을 불어넣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몇몇 성공한 기업만으로 중심에 설 수 없다는 생각에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반성장에도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R&D 전략은 도전적 창의, 글로벌 진출과 협력, 동반성장 등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창의적 도전을 위해 성공한 실패를 용인하기 시작했으며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인력 양성에 나섰다.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하기 위한 내실을 다지는 한편, 글로벌 협력 시스템을 통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 및 기업 간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 산업 활성화와 동반성장 전략을 수립,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인프라와 시스템 정비만으로 우리 산업이 세계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없다.
산업별 전략과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기존 주력 산업은 경쟁자들을 따돌리기 위한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고 성장 산업은 발빠른 상품화와 차별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 같은 변화와 궤를 같이해야 하는 부분이 IT 산업과 기존 산업 간 융합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다.
이미 조선, 자동차, 섬유, 기계, 로봇,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의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 이 시너지는 곧 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높여 경쟁국과의 격차를 키우고 있다.
물론 이런 융합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IT 산업 자체의 경쟁력 강화도 수반돼야 한다.
정부의 최근 R&D 전략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강화·보완·수정의 길을 걸으며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성과의 이면에 부족한 부분들이 존재한다.
현재 국내 IT융합은 발전 초기단계로 선진국의 최고 기술 수준 대비 60~80%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 발표 자료는 우리 IT분야 융합기술 수준을 기술우위 국가 대비 61.7%로 평가했다. 전문 인력 양적 부족과 함께 질적 수준이 낮다는 산업연구원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실제 생태계의 불균형 성장으로 인한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으며 투자 둔화와 제한된 정책수단으로 인한 R&D 전략 구사의 한계점도 드러나고 있다. 산업별 상이한 발전단계에 따른 성장전략도 새로 고민해야 한다.
여전히 기술 확보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조성과 확대와 산업화 기초체력 강화는 여전히 숙제다. 산업별 발전단계와 특성에 맞는 R&D 전략은 좀 더 세심하게 고민할 부분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