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황당"…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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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밀어내기요? 요즘에 그런 거 하는 업체 없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그런 관행이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업체가 자중하고 있어요.”

x86 서버 업계에서 아직 `서버 밀어내기`가 이뤄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 제조사 관계자는 이같이 답했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서버 밀어내기는 언론 매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말이 됐다.

하드웨어(HW) 업계의 오랜 관행인 밀어내기는 제조사가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해 일정 수량을 총판 등 유통사에 떠넘기는 행태를 말한다.

제조사는 유통업체에 `갑`이기 때문에 아직 판매가 확정되지 않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유통업체로서는 제조사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발주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주문이 안 된 제품인 만큼 당연히 창고에 분기마다 재고가 쌓여간다. 경기 침체기에는 밀어내기가 더 기승을 부린다. 서버뿐만 아니라 스토리지도 마찬가지다. 이런 관행 때문에 여러 유통사가 심각한 적자를 떠안고 경영 위기를 맞기도 한다.

그런 서버 밀어내기가 요즘도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특히 서버 구매가 줄어드는 1·3분기에는 더하다고 한다.

총판 관계자들은 예전보다 서버 밀어내기 횟수는 줄었지만 제조사의 압력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하소연한다. 제조사들이 적정 재고 유지를 이유로 제품을 떠넘긴다는 얘기다. 예나 지금이나 유통사의 `벙어리 냉가슴`은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신 제품이 나와도 기존 재고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에게 최신 제품을 제안할 수가 없다”며 “고객이 최신 제품 테스트 때문에 구매를 늦추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유통업체의 재고 처리 때문에 신제품은 늘 반 년 이상 늦게 판매한다”고 토로했다. 모든 게 밀어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제조사는 없다는데 유통업체는 있다고 한다. 진행되는 게 분명한데 제조사는 극구 부인한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씁쓸한 사회면 기사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안호천 비즈니스IT부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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