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의 정유사로 새롭게 등장한 삼성토탈이 기존 정유 4사의 텃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국내 석유 시장에 `삼성 자금`이 들어 올 경우 기득권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 비집고 들어올 틈새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토탈은 최근 대한석유협회에 가입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삼성토탈이 정유공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속내는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대규모 자본투자가 가능하고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든지 정유 및 유류 판매업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정유 4사에 비해 대국민 인식이 긍정적인 점도 걸린다.
정유업계 고위관계자는 “정유산업에 삼성이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강력한 경쟁자가 새롭게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 업계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삼성토탈이 석유협회에 가입하려는 이유는 시장정보 공유다.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정유사들의 수 십 년간 노하우가 깃든 전문 정보는 가치를 매기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석유협회가 가입 신청 때 1년치 회비를 요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석유협회 회비는 약 50억원 수준으로 이중 30%는 회원사가 공동분담하고 나머지는 휘발유 매출 비중에 따라 차이를 둔다. 휘발유 매출이 극히 적은 삼성토탈은 회비 30%에 대한 분담금만 내고 동일한 자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토탈은 정제공장이 없어 정유사로 보기 어렵다”며 “협회는 만장일치제라 하나의 회원사라도 반대하면 가입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토탈 관계자는 “정제업자로 등록돼 있는 상황에서 협회 가입이 어려운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아직 자체 정유공장도 없고 생산량도 적은데 견제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창선·조정형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