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IT산업에서 여성 입지를 개척해 온 것처럼, 국회에서 IT강국 대한민국 개척에 기여하겠습니다.”
새누리당 권은희 당선자(대구 북구갑)는 우리나라 IT산업계의 `유리 천장`을 앞장서 깨온 인물이다.
![Photo Image](https://img.etnews.com/photonews/1204/269536_20120424175319_180_0013.jpg)
여성 엔지니어를 찾기 힘들었던 1986년부터 KT에서 통신망 관련 업무를 담당했고, KT 연구개발(R&D) 부문에서 연구 전략을 만들었다. 인터넷사업을 하는 자회사 KTH에서 경영지원과 포털사업을 담당했고, KT네트웍스에서 첫 여성 임원으로 사업을 총괄했다.
그러다 과감히 안정된 대기업 임원 자리를 박차고 IT벤처기업 경영자로 새롭게 도전했다. 이제 국회에서 우리나라를 바꾸려는 도전에 나선다.
권 당선자는 `우리나라 IT산업을 이대로 둘 수 없다. 문제가 많다고 생각만 하지 말고 실제 기여를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우수 IT인력을 키워내고 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그는 “아이폰 출시는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지만 기업들이 SW 인력 확보에 나서면서 중소기업은 인력난과 임금 인상의 이중고를 겪었다”며 “그 근원에는 이공계 기피와 IT인재 양성 실패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창의적이고 능력 있는 IT인재를 키우기 위해 여성 인력 활용과 청년 창업 지원도 필수라고 했다. 권 당선자는 “기업에서 알게 모르게 남성과 여성의 잣대가 달라 직급이 높아질수록 여성 비율이 극히 낮아진다”며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춰질 때까지 강제적인 잣대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섬세하고 창의적인 여성의 장점이 IT산업에 꼭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에게 투자하고 우수 여성 인력을 양성해 활용하는 기업이 성과도 좋다”며 “이와 관련된 정책을 심도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창업 지원은 단순히 자금을 풀기보다는 창업자가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적절한 프로세스를 정립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술 개발이나 아이디어 구현을 넘어 상용화에 이를 수 있도록 사업 성장 단계에 맞는 도움을 제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 당선자는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새 아이디어나 기술로 뭔가 만들어 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문제는 상용화”라며 “솔루션거래센터를 만들어 창업 업체를 상용화 역량이 있는 업체에 연결시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품을 대량 생산하려면 선투자가 필요하고, SW를 개발하면 사용자 테스트나 관련 사업자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초기 창업 지원에 집중하는 현재 구조에선 창업자가 이런 어려움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권 당선자는 “지역마다 창업지원센터도 있고, 정부에서 투자하는 비용도 적지 않다”며 “창업자가 개발만 하고 기술이 사장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3공단 로봇산업 클러스터 조성이 대표적이다. 1960년대 금형·정밀기계 등 전통 산업 주축으로 조성된 공단이라 이제 첨단 산업단지로 재정비돼야 할 상황이다.
권 당선자는 “올해부터 2016년까지 5년 간 반드시 예산을 확보해 제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로봇산업의 핵심인 SW 분야 핵심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등도 함께 진행해 제대로 된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구시청을 경북도청이 이전하는 자리로 옮기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현재 대구시청 이전 입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 권 당선자는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바람직한 이전 방안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당선자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을 모두 겪었고, IT산업계에서 여성의 입지를 닦아온 점이 지역구민에게 인정받은 것 같다”며 선거 결과를 평했다. `1588(전국공통번호:수요자 편의를 위해 시내·외 구분 없이 단일화한 전화번호) 서비스를 만든 사람`이란 설명에 지역구민이 마음을 열고, 중소기업 CEO란 사실에 지역 상공인들이 동질감을 느꼈다.
그는 “모친상 직후 공천을 받았다. 선거운동 중 어르신을 만날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났다”며 “아픈 과정을 거쳐 당선된 만큼 어머니의 마음으로 낙후된 지역을 변화시키는 여성 IT리더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력=△1959년 봉화 출생 △경북대 전자공학과 △서울대 대학원 컴퓨터공학 석사 △KTH 상무 △KT네트웍스 전무 △헤리트 대표이사 △IT여성기업인협회 수석부회장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