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꼭꼭 숨은 한국관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방송전시회 `NAB 2012`에 다녀왔다. 해외 전시회 취재에 꼭 챙길 게 두 가지가 있다. `핵심 이슈`와 `한국 업체 동향`이다.

NAB에서도 한국 업체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전시 부스를 찾았다. 개별 부스도 있었고, 10개 업체가 구성한 한국관도 있었다. 개별 업체들을 찾은 뒤 한국관을 찾아 나섰다. KOTRA 주도로 구성한 한국관은 중앙홀(C홀) 맨 안쪽에 있었다. 출입구에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한국관이 외진 곳에 있는 이유가 있었다. 신청 시기가 늦어서다. 전시회 위치는 1년 전부터 선정한다. 내년 NAB 부스 위치는 이번 전시회 기간에 대부분 배정했다. 전시 규모가 크고 오래전부터 참가한 곳부터 차례로 위치를 고른다. 그런데 정부부처나 기관이 다음해 사업과 예산을 결정하는 시기는 연말이다. 이 때문에 한국관 지원이 확정된 뒤 위치를 정하면 남들이 고르고 남은 자리 가운데 선택할 수밖에 없다. 먼저 신청하면 비용이 비싸고, 늦게 신청하면 비용이 싼 것도 아니다. 같은 돈을 내고도 효율이 떨어지는 자리를 쓰는 것이다.

위치도 문제지만 전시관 성격과도 맞지 않았다. C홀은 제작 및 오디오 관련 장비를 전시하는 곳이다. 한국관에는 셋톱박스, 조명, 3D, 중계기 등이 혼재했다. 참가 업체도 불만이다. 한곳에 모아놓으면 지원기관은 폼이 나도 성과는 떨어진다는 비난이 있었다.

한 전시회 참가자는 “전문장비 파는 곳에 조그만 슈퍼마켓이 들어와 있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삼성·LG는 알아도 한국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국관이 무슨 의미가 있냐”면서 “분야별 전시관에 개별 부스 참가를 지원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매년 참가하는 전시회라면 같은 비용으로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원예산을 한 해 앞서 확정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하면 어떨까. 또 국가관을 2개로 나눈 프랑스처럼 전시관 성격에 맞게 배치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원기관이 수요자인 업계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권건호 통신방송산업부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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