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향기를 품은 정치인.`
출산을 불과 한 달여 앞둔 만삭의 몸이었지만 김희정 당선자는 정치에 대한 열정과 산업에 대한 애정을 잘 정리된 문구에 밝은 표정을 실어 전달했다.
김희정 당선자(41, 새누리당)에게 2012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해다. 4년을 기다려 재선에 성공했고, 다음 달에는 아기가 태어난다. 두 가지 모두 아픔 속에 맺은 결실이고,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일 것이다.
“실패를 딛고 재기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싶다”는 김 당선자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기업과 기업인에게 `패자부활전`을 열어주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내 자신이 18대 총선에서 낙선이라는 쓴맛을 봤고, 올인했기에 충격도 컸다. 어느 분야든 실패한 사람에게 다소 인색한 것이 우리나라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당선과 낙선, 다시 당선으로 이어진 경험에서 다시 일어서려는 기업과 기업인을 위한 희망의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기업 얘기와 산업 육성, 이를 위한 법과 제도로 이어졌다.
김 당선자는 “IT, 과학기술, 벤처 등 우리가 첨단이라고 부르며 지원·육성하는 분야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술 발전과 산업의 변화를 관련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당선인 신분이기에 세세하게 언급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엔젤투자자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처럼 보다 큰 틀에서 이러한 차이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선이라는 아픔도 있었지만 지난 4년은 그에게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역 여론을 돌아볼 수 있었고,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시절 정부 정책 수행 일선에서 인터넷 유저를 만나고, 인터넷 문화와 사이버 정보보호 실태를 체감했다. 청와대 대변인으로 굵직한 정부 정책을 직접 국민에게 알렸다.
그간의 경험은 마치 기술 융·복합의 시너지처럼 정치인 김희정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에게서는 어떤 질문에도 이미 다 조사·정리된 마냥 스마트한 답변이 돌아왔다.
국내 인터넷산업을 거론하자 “뛰어난 IT인프라와 하드웨어 기술력 위에 최상의 사이버 보안 경쟁력까지 갖춰진다면 또 하나의 최고 수출품이 나올 것”이라 답했다. 한발 더 나아가 “육, 해, 공 방위 지역에 사이버공간을 포함해야 하고, 사이버군도 필요하다”며 선도적 정책과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예민한 원전 문제를 놓고는 “대안 없이 무작정 폐기나 가동을 주장하기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마트그리드에 대한 관심과 붐을 일으켰으면 좋겠다”는 말로 새로운 방법론적 대안을 제시했다. 내친김에 게임셧다운제에 대한 견해를 묻자 “과거에 청소년과 학부모, 게임업체 모두가 자율적으로 참여해 게임을 클로징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제시했었다”고 답했다.
김 당선인은 “스스로 첨단 IT제품 얼리어답터라 생각했지만 이처럼 외부에서 IT과학기술계 당선자로 인정해주니 감사하다”며 “의원 활동을 시작하면 먼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등 지난 18대 국회 때 합의는 됐지만 여러 정치적 문제로 표류해 온 법안을 살펴 재발의해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IT과학기술계에 대한 조언과 애정 어린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IT과학기술인이 정부 정책과 활동에 좀더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면서 “IT과학기술인답게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제안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과 같은 IT과학기술 출신 정치인에 대한 관심도 더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태어날 아기에 대한 덕담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고자 던진 `엄마 뱃속에서 선거 현장을 섭렵했으니 뛰어난 정치인 기질을 타고 날 것 같다`는 물음에 김 당선자는 “아니다. 그보다는 현장에서 인사를 하도 많이 해 인사하는 습관은 철저하게 배어있을 것”이라 웃으며 답했다.
그는 초선으로 국회의원 4년하고 인터넷진흥원장, 청와대 대변인을 경험하고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정치를 해보니 정치는 참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김 당선자는 “기술과 산업육성 분야 상임위원회에 들어가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담아내겠다.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1971년 부산 출생 △대명여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연세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17대 국회의원(부산 연제, 최연소 당선)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 △연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부산대 산학협력단 초빙교수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청와대 대변인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