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흑자` 신화를 일궜던 대한전선이 뼈를 깎는 혁신경영으로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강희전 대한전선 사장은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3년간 총 3조6000억원의 재무구조 개선을 실행하며 구조조정 이행률 90%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대한전선은 그동안 자산을 줄줄이 매각하며 차입금을 줄여왔다. 약 1조원의 매각 자산이 남았으며 남부터미널 등 그동안 인허가 제약으로 지연된 부동산도 곧 매각 체결을 앞뒀다. 강 사장은 “최근 실사결과 회사 가치는 2조6000억원, 성장 가치는 그보다 높게 나왔다”고 강조했다.
환골탈태를 위해 대한전선은 제로베이스 예산통제시스템인 `NSC`를 도입해 400억원 이상의 원가혁신 지침을 만들었다. 전 사원을 대상으로 약 500개 검토 항목을 뽑아 모든 예산을 원점에서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사업 역량도 강화했다. 대한전선은 고부가 제품의 수출 확대를 위해 해외 주재 임원을 두기로 했다. 그동안 해외 파견 직원은 팀장급이었다. 앞으로 해외 각지에 주재 임원을 전진 배치, `발로 뛰는 영업`의 본보기를 만들기로 했다. 영업조직도 기능이 아닌 제품별 조직으로 변경해 매출 강화에 집중한다.
전략, 경영, 인사 세 축으로 나눠 고강도 경영 혁신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혁신 전담인력만 80명을 뽑아 미래 먹을거리 사업 연구와 업무 프로세스 혁신, 신인사제도 등을 수립 중이다.
대한전선은 지난 1970년대 이후 약 40년간 터전이었던 경기도 안양 공장을 떠나 충남 당진에 새 종합전선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을 짓는 데에만 4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강 사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주력인 전선사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설비투자를 멈출 수 없었다”며 “당진 공장은 선진화한 물류시스템, 중앙통제실 모니터링 등 생산성을 높이는 첨단시설로 무장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전선은 지난 1955년 설립 이래 단 한 해도 적자를 내는 일 없이 `50년 무적자 신화`를 일궈왔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와 1990년대 말 IMF 위기에도 수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지난 2009년 5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를 맞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고심하던 중 빚을 내가며 무리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지난 2009년 5월 하나은행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뒤 지금까지 기업 회생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강 사장은 “더욱 힘을 낸다면 내년 이후에는 턴어라운드의 기초가 마련될 것”으로 내다보며 “전력 케이블과 광 케이블로 에너지, 정보통신 분야의 글로벌 선도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