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하려던 `은행의 담보평가 업무처리 모범규준(안)`이 무기 연기됐다. 이날 오전 예정된 김진수 기업금융개선국장의 브리핑 역시 취소됐다.
`금융위원회와의 협의 과정에서 의견 조율이 더 필요하다`는 게 연기 이유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속내를 살펴보면 함수관계가 복잡해진다. `중소기업 금융지원`이라는 명분을 놓고 양 기관 간 첨예한 기싸움 양상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먼저 금융위는 지난 2월 말 `창업·중소기업 금융환경 혁신을 위한 중소기업 대출심사 개혁대책`을 내놓았다. 핵심은 중소기업을 상대로 부실대출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은행의 대출담당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이나 책임을 최대한 물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발표 당일 브리핑장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와 “그간 부실여신을 면책받더라도 인사고과와 영업점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아 중기 여신의 적극적인 취급에 애로가 많았다”며 “면책제도 개혁을 통해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여신 담당자들의 보수적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이번에 금감원이 `은행의 담보평가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부동산이 아닌 각종 기계설비나 중장비 등 동산을 담보로 잡혀도 일선 중소기업이 원활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꺼린다. 돈이 궁한 대다수 중소기업은 부동산이 없다. 그래서 동산에 대한 담보평가 기준을 정해 은행권 대출을 압박하겠다는 게 금감원의 계산이다.
그런데 금융위는 하급기관인 금감원이 `중기 지원`과 `대출 실효성 강화`라는 똑같은 명분 하에 다른 정책을 내놓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은행권도 취지에 공감하지만, 집행기관이 서로 다른 혼선을 우려했다. 결국 이날 금감원의 정책 발표가 무기 연기되고 말았다. 선의의 정책 대결이냐, 정제된 정책 집행이냐 정부 차원의 `선택의 문제`로 남게 됐다.
중기 금융지원 정책 비교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