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총선거가 여당인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반대로, 압승을 기대했던 야당은 완패했다. 현실이다. 민주당이 전략과 전술, 정책과 비전에서 모두 졌다는 의미다.
여야 모두 정책에서는 오십보백보다. 큰 차이가 없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에서 여야 간 경쟁이 그것이다. 여당은 좌클릭을 통해 중도층을 흡수하는 효과를 거뒀고, 야당 역시 그 셈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미디어 부문은 달랐다. 먼저, 전통적인 미디어의 영역에서는 압도적인 우위인 조·중·동 미디어 재벌과 지상파TV의 지원 여부가 판세를 갈랐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여전히 맹위를 떨쳤다.
오죽하면 미디어 편향성이 선거 일등공신이라고 했을까. 여당은 미디어로 대형 악재들을 요리하고 새로운 의제를 설정, 집요하게 파고드는 전략을 활용해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야당은 의제 설정 능력이 떨어지고 비전도, 전략도 없었다. 여권은 똘똘 뭉친 반면에 오만에 빠진 야권은 지리멸렬했다.
그렇다면 정보통신기술(ICT)·과학기술계에서 보면 어떨까. 나쁘지 않다. 현 이명박정부와의 차별화란 여야 모두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연말 대통령선거 구도를 놓고 보면 그렇다.
이미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위원장은 집권 시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를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총선에서도 이공계 출신 신인 후보에게 20%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파격을 단행했다. 여성과학자를 비례대표 1번에 배치했다. IT 여성벤처인을 상위 순번에 배려했다.
야당 역시 정보미디어부 신설과 과학기술부 부활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권 심판론에 매몰돼 정책과 미래비전 제시, 의제설정 부문에서 미흡함을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ICT·과기계에 기반이 넓다.
의석 수로 봐도 여당은 단독 과반을 확보해 국정 장악력을 유지했지만 마음 놓고 밀어붙일 상황이 아니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색깔의 선진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야당 역시 수적으로 불리하다고 단정지을 만한 상황은 아니다.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선 장정을 시작한 이제부터다. 정파를 떠나 한목소리로 큰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과기계는 과기계대로, ICT계는 ICT계대로 필요한 여론을 모으고 세력화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같은 기구를 중심으로 뭉쳐야 하는 이유다. ICT 분야도 협·단체를 하나로 모으고 이를 전국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ICT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같은 표심을 자극하는 활동도 필요하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이미 거버넌스 연구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등 구체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보기술학술단체총연합회도 내달 초 공개적인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더욱 적극적이고 한 차원 높은 모든 세력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임이 분명하다. 아무리 대안연구를 하거나 제시한다 해도 대선정국에서 외면받을 수 있고 대선 이후 부처 개편 논의에서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다.
빠를수록 좋다. ICT·과기인의 행동강령이라고나 할까. ICT·과기인의 약속을 만들자는 것이다. 정·관·산·학·연을 아우르는 구성원의 새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작은 뜻을 모아 200만 ICT·과기인의 큰 약속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박승정 정보사회총괄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