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식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휴대폰을 구입하는 단말자급제(블랙리스트) 시행을 앞두고 중소 유통업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휴대폰을 해외에서 저렴한 가격에 들여와 판매하는 스마트시대 `신보따리장수`가 등장했다.
소비자에게는 구입 경로가 늘어나는 혜택이 있지만 향후 유통물량이 늘어나면 원천 제조사와 수입업자 간 갈등, 사후지원(AS) 문제를 둘러싼 이용자 불만 등이 우려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블랙리스트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삼성전자 인기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해외 유통물량 100여대를 최근 한 사업자가 역수입해 개통했다. 유통업자는 국내 3세대(G) WCDMA 주파수와 동일한 대역을 사용하는 해외 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후 국내 이통사 대리점과 일부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자를 통해 개통, 판매했다.
갤럭시 노트는 세계 판매량 500만대를 돌파한 2012년 상반기 최고 히트모델이다. 해외 유통 갤럭시 노트는 국내 판매물량과 달리 지상파디지털멀미디어방송(DMB)과 일부 프리로드 앱이 빠져있다. 대신 20만~30만원 저렴하다.
이들 제품은 국내 이통사 정식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된다. 가격만을 놓고 보면 중간이윤을 얻는 유통업자, 구입비용을 아낄 수 있는 소비자 모두 이득을 얻는 구조다.
단말유통업계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시행을 앞두고 일부 유통업자들이 시장 테스트 차원에서 수십대씩 최신 휴대폰을 들여와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사실상 편법 개통이지만 아직 규모가 작어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역수입 사업은 다음 달 블랙리스트 시행에 맞춰 더욱 조직화, 대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신 인기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는 유통되지 않는 외산 저가폰 유통도 이뤄질 전망이다.
부작용도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휴대폰에 글로벌 워런티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같은 갤럭시 노트라도 외국에서 최초 판매된 제품은 국내에서는 무상 AS 혜택이 없다. 삼성전자 측은 “휴대폰은 이동통신서비스 특성상 나라마다 기능과 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AS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제조사와 유통업자 간 갈등도 일어날 수 있다. 제조사는 국내 정식 출시모델이 아닌 제품이 대량 유통되면 일관된 사업전략과 판매망 관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를 준비 중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유통업자가 수입한 제품도 가급적 이통사 망 연동 테스트(IOT)를 받도록 유도하는 등 이용자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쓸 방침이다. 이정순 방통위 통신이용제도과 사무관은 “각 제조사와 유통사에 AS 지원을 강제할 근거는 없지만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이용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