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가장 무모한 도전"

`120억달러짜리 장난감`이라는 비아냥도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2년 구글 재무제표 경우의 수(예상치)

구글이 지난해 8월 창사 이후 최고액인 125억달러(약 14조2500억원)를 들여 모토로라를 인수합병(M&A)했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모토로라는 구글의 120억달러짜리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현지시각)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14년 사사에서 가장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토로라 인수 후 시너지가 날만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도 들었다.

인수 당시 증권 전문가들은 구글이 모토로라의 1만7000여개 특허를 활용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지켜내고 특허권 분쟁에서 우위에 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일제히 내놓았다.

그러나 모토로라는 구글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덩치가 컸다. 97개국 92개 공장에서 저가 휴대폰과 케이블TV 박스를 만드는 2만여명의 직원이 구글의 발목을 잡았다. 5년이나 지속된 적자에도 모토로라는 긴축 정책이나 감원을 단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주가도 좋지 않다. 특별한 악재가 없었지만 구글 주가는 연초대비 3%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나스닥이 15% 오른 것에 비하면 성적이 나쁜 편이다.

래리 페이지 CEO는 지난 주 블로그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기회가 많은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모토로라를 통해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반면에 앤디 루빈 구글 모바일 부문 부회장은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구글과 모토로라 간의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면서 모토로라 모바일 제품을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겠다(no idea)`고 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많은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모바일 세계에 `영원한 동지`는 없다는 것. 안드로이드에서 다양한 변종 운영체제(OS)가 나와 생태계가 깨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라틴어에서 파생된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가 라틴어를 사장시킨 것처럼 말이다. 번스타인리서치의 칼로스 커크너 애널리스트는 “안드로이드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 부문만 봤을 때 매출 총이익은 70%에 달한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글은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다. 모토로라 자산 중 특허를 제외한 휴대폰 및 TV 셋톱박스 등 하드웨어 부문을 중국 화웨이에 매각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번스타인리서치의 피에르 페라구 애널리스트는 “모토로라 인수로 특허 경쟁력을 갖췄다면 이를 제외한 나머지 자산은 팔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애플처럼 모토로라 공장을 통해 아웃소싱하는 방안이다. 페라구 애널리스트는 “적자상태인 모토로라가 이 같은 모델을 실현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구글 재무제표 경우의 수

※ 두 경우의 수 모두 예상치 (출처: 번스타인 리서치)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가장 무모한 도전"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