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PCB편-4회]인터뷰/고광일 고영테크놀로지 사장

“닭은 큰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좁은 영역에서 싸움을 벌이는 반면, 뒝벌은 작은 날개로 열심히 날아 꿀을 가져옵니다. 중요한 것은 날개의 크기가 아니라 날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국내 인쇄회로기판(PCB) 후방 업체들이 영세한 규모에 불과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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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CEO>

고광일 고영테크놀로지 사장은 국내 PCB 후방 업체들이 해외 시장 개척에 소극적인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특정 고객사들에 매달려 영업을 하다보니 회사 구조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고영테크놀로지는 설립 초기부터 해외 시장 공략을 타깃으로 3차원(3D) 검사 장비 개발에 집중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일본 검사 장비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글로벌 기업도 고영테크놀로지라는 벤처기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회사를 단기간에 키우고 싶었다면 독점 계약을 내걸고 국내 시장 공략에 집중했을 겁니다. 기술력만은 어떤 회사에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거래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영테크놀로지는 삼성·LG·현대 등 국내 업체뿐 아니라 애플·노키아 등 대부분의 글로벌 IT·자동차 기업에 3D 검사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폭스콘 등 애플 협력사 매출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고객 및 시장 발굴은 고영테크놀로지의 가장 큰 목표다.


남들과 차별되는 기술 개발도 고영테크놀로지만의 성공 전략이다. 고 사장이 3D 검사 장비를 개발한 것은 HW에만 집중해서는 일본 제품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기업들이 취약한 SW 부문을 검사 장비와 융합해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

“남들을 따라하면 그 수준까지 올라갈 수 없습니다. 애초부터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기보다는 고부가 시장 진입을 목표로 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도 없는 우리 회사가 장비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뭐라도 달라야 했습니다.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보고 기회를 찾기 위해 저는 지금도 물구나무를 섭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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