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좋은 경험했다 생각합니다. 다시 준비해야죠.”

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53)는 속이 쓰린 듯 했다. 얼마전 마신 고배 때문일 것이다.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돼 과학기술 정치 인생을 살고 싶었지만 명단에 자신의 이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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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대표는 기술사다. 동시에 변리사다. 지난 1981년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건축시공기술사와 건축기계설비기술사에 합격했다. 엔지니어로서 멋진 인생을 살고자 했지만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35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변리사 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 그러나 변리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송대리권도 실무적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과학과 기술은 물과 공기 같은 존재입니다. 물과 공기가 더러워져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이공계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적성과 무관하게, 설령 적성이 맞아도 자녀에게 공대 대신 의대·법대를 가라고 권유하는 게 당연시 되는 사회. 그래서였다. 10년 넘게 시민 활동을 하고 변리사회 부회장, 기술사회 회장 등 단체도 이끌며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고 이를 해결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대표 선수는 대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돈을 벌어 올 수 있는 사람은 돈을 버는 자리에 놓아야 합니다. 자동차와 반도체 다 기술로 돈을 법니다. 우수한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육성, 배분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까?”

고 대표는 자신의 아들에게 당당히 이공계를 지원하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순진한 것 같고 바보 같다 할 지 모르지만 본인은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이공계·과학기술계는 푸대접을 받았다. 고 대표 역시 뼈져리게 느꼈다. 이미 짜여진 판에 자신은 들러리로 선 것 같다고 했다. 심사 결과도, 심사 과정도 설명 듣지 못했다. 그는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라며 “이것 역시 고쳐나가야할 문제 아니겠냐”고 말했다.

고 대표는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이란 자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과학기술인의 위상과 자긍심을 되찾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그는 “과학기술이 망가지면 우리나라가 망가진다는 건 확실하다”며 “행정부든 정치쪽이든 상관 없이 과학기술이 바로 설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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