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4.0]전자부품연구원(KETI) 플렉서블디스플레이연구센터 한철종 박사(책임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KETI)은 양자점이라고 불리는 10나노 이하 크기 반도체 입자를 사용해 투명하면서 휘어질 수 있는 OLED 디스플레이를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와 공동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존 디스플레이가 가진 한계를 넘어선 자유로운 디자인이 가능해진다. 현지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KETI 플렉서블디스플레이연구센터 한철종 박사(책임연구원)를 통해 독일의 연구개발 시스템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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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라운호퍼 연구 분위기는.

▲독일 연구기관은 크게 막스플랑크로 상징되는 기초과학기술 분야와 프라운호퍼로 상징되는 응용기술연구 분야로 나뉩니다. 이런 연구영역 분할·분업은 연구과정에서 효율성을 보여줍니다.

먼저 깊이가 요구되는 기초과학 분야는 초정밀 분석 장비, 모델 시스템 구현 장비 등 특이 현상 구명에 집중한 장비·인력으로 구성됩니다. 반면에 산업 현장과 밀접한 프라운호퍼는 시험 생산이 가능한 파일럿 플랜트 및 관련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산업체 기술 수요와 현장 문제해결이 가능합니다. 나아가 연구기관에서 학위를 받은 인력들은 기업체에 직접 투입돼 높은 생산성을 내는 선순환 구조를 이룹니다.

프라운호퍼는 산업계와 활발한 미팅을 진행하는데 연구원 내부에 마케팅 부서가 있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즉 기술개발 초기부터 판매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 판매를 위한 전담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런 `판매를 위한 기술개발` 개념은 전체 연구개발 완성도를 높이고 연구원들에게 현재 개발 기술의 비전을 제시하는 이중 효과가 있었습니다.

-독일 R&D 시스템은 연구원이 성과를 내도록 하는 분위기인가.

▲프라운호퍼에서도 연구원 성과를 관리하지만 논문이나 특허 편수 등으로 관리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자세한 항목으로 이뤄진 다면 평가항목을 바탕으로 연구원이나 기관을 상호평가하고 결과를 공유합니다. 즉 개인이 평소에 얼마나 성실하고 현명하게 일하는지 동료들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확실한 평가가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이때 필수인 것이 냉정한 평가 자세인데 독일인들은 익숙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구체적 평가 항목은.

▲과제목표 등 필요한 부문은 문서화하지만 과정 목표치에 비중을 둡니다. 효율 20% 상승이라는 목표를 설정하면 동시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들을 계획하고 목표를 설정해 이를 수행하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연구 자체가 목표 달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정을 확인 할 수 있어 연구 깊이와 넓이를 동시에 확보하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R&D 시스템에서 아쉬운 점은.

▲독일 연구시스템이 가치관이나 특성 등의 차이로 우리나라에 잘 맞을 것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다만 `과학기술`로 통칭되는 부문을 분리해 과학과 기술을 따로 집중 개발하는 점은 본받고 싶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는 과학연구뿐 아니라 이미 알려진 길이라도 넓고 탄탄하게 만드는 기술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라운호퍼에서는 이런 기술 연구를 넓고 깊게 수행해 국가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논문 및 특허가 쉽게 나올 수 있는 첨단 과학 분야만 과제가 집중되고 이에 따라 국내 연구진의 유행추구 및 쏠림현상이 많습니다. `사양 기업은 있어도 사양 산업은 없다`는 말은 독일에서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우리나라도 균형 있고 효율적인 연구 분배를 바탕으로 골고루 튼튼한 종합 기술 강국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합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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