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앤펀]e북 초대석-음식 잡학사전

윤덕노 지음, 북로드 펴냄

식욕을 성욕과 더불어 인간의 2대 본능이라 하지요. 당연히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으로도 마찬가지지요. 음식에 얽힌 추억, 사연이 얼마나 많은지요.

Photo Image

초등학교 때 소풍을 가면 삶은 달걀이 빠지지 않는 별식 메뉴였습니다. 그 시절엔 달걀도 늘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아니었으니까요. 필자만 그런 것이 아니었던 게 어떤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 가면서 삶은 달걀을 많이 싸 가지고 와서는 얼마나 먹었는지 나중엔 코에서 닭똥 냄새가 난다고도 했었답니다.

대학교 2학년 때인가는 햄버거를 처음 먹었습니다. 당시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여학생과 폼이나 잡으려 할 때나 가던 햄버거 체인점. 친구 누나가 사주는 햄버거는 속에 든 야채가 줄줄 흘러내리는 것이 참 먹기 불편했기에 맛은 기억나지도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앞에 놓인 음식의 유래와 비법, 일화 등이 풍성하다면 거친 음식도 한결 맛나게 느껴질 겁니다.

책에 실린 생선회 편을 볼까요. 일본에선 14세기 무로마치 막부 때부터 생선회를 `찌르다(刺)`란 뜻을 담은 사시미라 부른다죠. 생선을 먹기 좋게 잘라 놨으니 `자르다(切)`라 해야 하는데 찌르다라고 한 데는 두 가지 설이 있답니다. 당시 일본 사무라이들 사이에선 `자르다`란 말이 `등에 칼을 꽂다, 배신하다`란 뜻의 `우라기루루`란 말을 연상시켜 `자르다` 대신 `찌르다, 꽂다`란 사시미를 쓰게 되었다는 설명이 있고요. 다른 하나는 오사카 성의 장군이 손님에게 생선회를 접대할 때 어떤 생선인지 쉽게 알려줄 수 있도록, 요리사가 생선 이름이 적힌 작은 깃발을 생선 지느러미나 아가미에 꽂아 놓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명입니다.

어떤가요? 몸 생각해서 요즘 여유 있는 이들은 고기보다는 생선을 찾는다는데 일식 요리를 들면서 이런 이야기로 대화를 여유롭게 가져가는 것은? 이제는 피자에 밀린 햄버거가 실은 중앙아시아 초원을 호령하던 몽골 인들이 장거리 여행에 맞춰 개발한 간편식에서 나왔다든가 30종이 넘는 재료를 소흥주에 넣어 끓이는 고급 중국요리 `불도장`의 원래 이름은 `복수전(福壽全)`이었는데 19세기 중반 그 향기에 취한 한 선비가 “스님도 냄새를 맡고 참선을 포기하고 담을 뛰어넘었다네”란 시를 읊은 뒤 이름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집니다.

이 책을 음식에 비유하면 진수성찬입니다. 동서양 음식 70여 가지가 담겼으니까요. 그에 얽힌 각국의 문화와 흥미로운 이야기로 식탁의 풍미를 더하는 데 맞춤인 책입니다.

* 책 속의 한 문장: 스낵의 어원은 1300년 무렵 `깨물다` `잽싸게 잡다`란 의미의 네덜란드 어 스나켄(snacken)에서 온 말이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잽싸게 한 입 덥석 깨물다`란 이 말이 영어에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변형돼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자료제공: 메키아 (www.mekia.net/)

문의: eBookman@mekia.net

브랜드 뉴스룸